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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제15장 초대받지 못한 자리

· 44화 중 11화 · 3,397자 · 약 5분 · 무료

글자3 / 5

1943년 11월 5~6일 · 도쿄 제국의회 의사당, 그리고 도쿄 조선인 유학생 회관

수행원이 나눠 준 것은 두 장이었다. 하나는 순서지고 하나는 좌석표였다.

쇼와 사십년 11화 제15장 초대받지 못한 자리 — 헤더컷

최남선은 안경을 고쳐 쓰고 좌석표를 보았다. 큰 타원이 하나 그려져 있고 그 둘레에 작은 사각형이 늘어서 있었으며 사각형마다 국명이 인쇄되어 있었다. 대일본제국. 만주국. 중화민국. 태국. 비도. 면전. 그리고 타원에서 조금 떨어진 자리에 사각형이 하나 더 있고 거기에는 국명 대신 두 글자가 적혀 있었다. 배청(陪聽).

그는 인쇄된 사각형을 세었다. 여섯이었다.

그를 안내한 정보국 사무관은 서른 안팎이었고 예의가 발랐다.

"선생 자리는 뒤쪽입니다만, 보시기에는 오히려 나을 겁니다."

"고맙소."

"모레 저녁 학생회관 건은 알고 계시지요. 그쪽이 사실 본무입니다." 사무관은 웃었다. "오늘은 구경하시는 겁니다."

최남선은 고개를 끄덕였다. 신징에서 여기까지 나흘이 걸렸고, 오라는 전보에는 회의 이야기가 없었다. 학생들 이야기만 있었다. 회의 방청은 그가 요청한 것도 아니고 거절할 것도 아니었다.

의사당 안은 난방이 지나쳐서 겨울 외투를 입고 온 사람들이 곧 벗었다. 십일월 오일 오전 열한 시, 도조 히데키가 단에 올랐다. 목소리가 높지 않았고 문장이 짧았다. 만방을 그 처소에 있게 한다는 대목에서 그는 잠깐 쉬었고, 통역이 그 사이를 메웠다.

장징후이가 먼저 답사를 했다. 다음이 왕징웨이였다. 왕징웨이는 원고를 거의 보지 않고 말했고 손동작이 컸다. 바 모는 영어로 말하다가 중간에 한 문장만 일본어로 말했는데 그 발음이 서툴러서 장내에 짧은 웃음이 돌았고, 그 웃음이 호의였는지 아닌지는 최남선도 판단이 서지 않았다. 호세 라우렐은 준비해 온 문장을 정확하게 읽었다. 완 와이타야꼰은 짧게 끝냈다.

최남선의 자리는 타원 바깥이었다. 일본 대표단 뒤쪽 세 번째 줄, 수행원과 학자들이 앉는 곳이었다. 명패는 없었다. 명패는 타원 위에만 있었다.

그는 다시 좌석표를 폈다. 종이가 얇아서 손가락 자국이 났다.

인쇄된 국명 여섯 개를 다시 읽었다. 그 여섯 개 중 어디에도 없는 두 글자가 있었다. 대만이라는 두 글자도 없었다.

없는 것이 잘못은 아니었다. 애초에 이 회의는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한 나라들이 제자리를 받는 자리였다. 이미 제자리에 있는 쪽은 초대장을 받을 이유가 없었다. 그는 그 논리를 여러 해 전부터 알고 있었고, 남에게 설명한 적도 여러 번이었다.

논리는 아무 데도 어긋나지 않았다.


이튿날 오후에 공동선언이 채택되었다.

다섯 항이었다. 공존공영, 자주 독립의 존중, 전통의 존중과 문화의 앙양, 호혜적 경제 발전, 그리고 마지막 항에 인종적 차별을 철폐한다는 구절이 들어 있었다.

낭독이 그 대목에 이르렀을 때 장내에서 박수가 나왔다. 최남선도 손뼉을 쳤다. 세 번인지 네 번인지 쳤다.

배청석의 인도 사람은 박수를 치지 않았다. 수바스 찬드라 보스는 두 손을 무릎 위에 포갠 채 앉아 있었다. 안경 너머로 앞을 보고 있었고 표정에 변화가 없었다. 그의 나라는 타원 위에 없었다. 그의 나라는 아직 다른 제국의 것이었으므로 이 회의에 앉을 자격이 없었고, 그래서 타원에서 한 뼘 떨어진 자리에 의자 하나가 따로 놓였다.

복도에서 최남선은 그 다섯 번째 항을 다시 읽었다. 인종적 차별을 철폐한다. 열 몇 자 되는 구절이었다.

그는 이십사 년 전 봄에도 이런 종류의 문장을 만든 일이 있었다. 그때도 문장은 잘 되어 있었다. 문장이 잘되는 것과 그 문장이 지켜지는 것은 별개라는 것을 그는 그 뒤로 오래 배웠다. 배운 사람은 두 번 속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지금 이 구절을 보고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고,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스스로 침착함이라고 불렀다.

최남선은 그 한 뼘을 오래 보았다.

한 뼘이라도 자리가 있는 쪽과, 종이에 아예 인쇄되지 않은 쪽 가운데 어느 쪽이 나은지를 생각하다가 그만두었다. 저녁에 할 일이 있었다.


유학생 회관 이층 강당에는 마흔 몇 명이 모였다. 난로 하나로는 모자라서 다들 외투를 입은 채 앉아 있었다. 앞줄에 앉은 학생 하나가 계속 손가락 마디를 꺾었다.

최남선은 연단에 서서 삼십 분쯤 말했다.

지금 세계에 어떤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가를 말했다. 앵글로색슨이 삼백 년 동안 아시아에 무엇을 했는가를 말했다. 영미는 가장 치명적인 적이며 이 싸움은 아시아가 아시아이기 위한 싸움이라고 말했다. 반도의 젊은이가 이 싸움에서 무엇이 될 수 있는가를 말했다. 문장은 잘 만들어져 있었다. 그는 문장을 잘 만드는 사람이었고, 그것으로 삼십 년을 살았다.

말하는 동안 그는 앞줄부터 얼굴을 훑어 나갔다. 스무 살 안팎이었다. 이 나이대의 얼굴은 다 비슷해 보이는데 여기서는 더 비슷했다. 다들 같은 학생복을 입었고, 다들 잘 듣는 표정을 지을 줄 알았다. 잘 듣는 표정과 잘 듣는 것은 다르다는 것도 그는 오래전에 배웠다.

말이 끝나자 박수가 났다. 길지 않았다.

"질문 있는 사람."

뒤쪽에서 손이 하나 올라왔다. 마르고 키가 큰 학생이었다. 스물 남짓, 외투 깃을 세우고 있었다.

"어제오늘 회의 말입니다."

"그래."

"신문에서 봤습니다. 여섯 나라가 왔다고요. 필리핀도 오고 버마도 왔다고요." 학생은 잠깐 숨을 골랐다. "조선 대표는 어디 앉습니까."

쇼와 사십년 11화 제15장 초대받지 못한 자리 — 전환컷

강당 안의 소리가 한꺼번에 없어졌다. 난로 안에서 석탄이 무너지는 소리가 났다.

최남선은 연단 가장자리를 손으로 짚었다.

"자네는 손님과 주인을 혼동하고 있네." 그가 말했다. "저 자리는 초대받는 자리일세. 우리는 초대하는 쪽이야."

셋을 셀 만한 시간이 지나갔다.

학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앉지도 않았다. 그냥 서 있다가, 옆 사람이 소매를 당기자 앉았다. 앉으면서 의자가 한 번 소리를 냈다.

최남선은 다음 질문을 기다렸다.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간사가 일어나 폐회를 알리고 다음 주 모임 일정을 전했다. 학생들이 의자를 밀고 일어섰다. 몇이 연단 앞으로 와서 인사를 했다. 책을 들고 와 서명을 청한 학생도 있었다. 최남선은 만년필을 꺼내 이름을 썼다. 손이 흔들리지 않았다.

문간에서 그는 아까 그 키 큰 학생과 다시 마주쳤다. 학생은 목례를 했다. 아까 한 질문을 후회하는 얼굴이 아니었고, 그렇다고 따지려는 얼굴도 아니었다. 그냥 인사였다. 최남선은 그 얼굴이 오히려 마음에 걸렸다.

숙소로 돌아온 것은 열 시가 넘어서였다. 방은 좁고 다다미가 눅눅했다. 그는 외투를 벗어 걸고 안주머니에서 종이 두 장을 꺼냈다. 순서지는 구겨져 있었다.

좌석표는 네 번 접혀 있었다.

그는 그것을 책상 위에 펴 놓고 접힌 자국을 손바닥으로 문질렀다. 접은 자리가 처음 접힌 데와 어긋나 있어서 종이가 평평해지지 않았다. 한쪽 귀퉁이가 자꾸 들렸다. 그는 그 귀퉁이 위에 재떨이를 올려놓았다.


1943년 12월 ~ 1944년 4월 · 경성, 조선총독부 청사 학무국 편수과

복도의 마루는 밟을 때마다 다른 소리가 났다.

안형석은 첫날 아침에 그 소리를 세면서 걸었다. 창이 높고 천장이 높아서 겨울 볕이 바닥까지 내려오지 않았다. 학무국은 이층 서쪽이었다.

계단참에서 아는 얼굴과 마주쳤다.

화동정에서 본 사람이었다. 이름이 얼른 떠오르지 않았지만 얼굴은 확실했다. 시월 초하루 아침에 같은 방에 있었고, 형사가 명부를 접은 뒤에 남아서 이름과 주소를 적었던 여섯 사람 중 하나였다.

그 사람은 형석을 보았다.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그는 서류철을 고쳐 안고 계단을 내려갔다. 걸음이 빨라지지도 느려지지도 않았다.

형석은 난간을 짚고 서 있다가 다시 올라갔다.

편수과장 아라키는 쉰 안팎이었고 책상 위에 늘 물수건을 놓아두는 사람이었다.

"이력서는 봤소. 조선어학회." 그는 그 말을 하면서 형석을 보지 않았다. "그쪽 일은 끝났고, 여기 일은 다른 일이오. 알겠소?"

"예."

"우리는 국어를 보급하오. 반대되는 일이 아니라 다른 일이오." 아라키는 물수건으로 손을 닦았다. "그런데 국어를 가르치려면 저쪽 말이 필요하오. 강습소에 오는 사람들이 국어를 모르니까 강습소에 오는 것 아니겠소. 모르는 사람한테 모르는 말로 가르칠 수는 없지."

"예."

"그래서 자네 같은 사람이 필요한 거요. 좋아서가 아니라 필요해서요."

형석은 고개를 숙였다. 그것이 그날 들은 가장 정직한 말이었다.

옆자리에 신임 촉탁이 하나 더 앉았다. 오카다 마사노리라고 했고 스물넷이었고 도쿄에서 왔다. 그는 조선말을 한마디도 몰랐고 그 사실을 부끄러워했다.

"안 선생. 이 글자 뭐라고 읽습니까."

"이쪽부터 왼쪽으로 읽습니다."

"아니, 소리 말입니다."

형석은 소리를 냈다. 오카다는 그것을 수첩에 가타카나로 받아 적었다. 받아 적은 것을 다시 읽어 보고는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다. 두 번 더 시켜 보고도 되지 않자 그는 웃었다.

"우리 글자로는 안 되는 소리가 있군요."

"있습니다."

"몇 개나 됩니까."

형석은 대답할 수 있었다. 정확히 몇 개인지, 어느 자리에서 어긋나는지, 그것을 어떻게 적어야 하는지를 그는 십오 년 동안 다루었다. 대답하려고 입을 열었다가 그는 그냥 이렇게 말했다.

"여러 개입니다."

오카다는 수첩을 덮었다. 그는 더 묻지 않았고, 그 뒤로도 가끔 물었지만 형석의 대답은 늘 그 정도에서 끝났다. 젊은 사람은 그것이 겸손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오카다는 수첩을 덮었다. 그는 더 묻지 않았고, 그 뒤로도 가끔 물었지만 형석의 대답은 늘 그 정도에서 끝났다. 젊은 사람은 그것이 겸손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

남은 33화 · 약 119,184자 · 약 2시간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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