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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제12장 사망자 명단

· 44화 중 9화 · 3,587자 · 약 5분 · 무료

글자3 / 5

계획은 아홉 시에 4군단으로 내려갔다.

김격식은 그것을 받아 읽고, 읽은 다음에 참모장을 불러 다른 것을 가져오라고 했다.

확전 9화 제12장 사망자 명단 — 헤더컷

"차량 운행 일지."

"어느 것 말입니까."

"어젯밤 것."

일지는 손바닥만 한 공책이었다. 개머리 후사면 도로를 오간 차량 두 대. 스물세 시 십 분 출발, 영시 사십 분 복귀. 다시 영시 오십 분 출발, 두 시 이십 분 복귀. 목적란에는 두 번 다 '수송'이라고만 적혀 있었다. 그 옆에 연료 소모량이 적혀 있고, 그 밑에 운전수 이름 두 개가 적혀 있었다.

"이 두 동무는 지금 어디 있소."

"중대에 있습니다."

"오늘 사격에 넣지 마시오."

"군단장동지."

"넣지 마시오. 다른 일을 시키시오."

참모장은 이유를 묻지 않았다. 김격식도 말하지 않았다.

그 트럭은 짐칸에 천막을 씌우고 해안 도로를 두 번 왕복했다. 밤에는 다른 소리가 없었다. 포성이 그친 뒤의 바다는 조용했고, 개머리에서 저 섬까지는 사람이 걸어갈 수 없을 뿐 소리가 못 갈 거리는 아니었다.

명단은 아직 그 자리에 있었다. 종이 왼쪽 아래에 손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가 눌러 편 자리였다. 기름인지 땀인지 모를 것이 종이에 배어 지문 모양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창밖은 아직 어두웠다. 십일월의 그 위도에서 해는 일곱 시가 넘어야 떴다.


2010년 11월 24일 09시 20분 · 대구 K-2 제11전투비행단 122전투비행대대 / 서해 상공

어제 이 자리에는 아무것도 걸리지 않았다.

어제 네 대가 뜰 때 날개 밑은 비어 있었다. 공대공 두 종류하고 연료탱크. 그게 다였다. 정비사들은 그것을 걸고 나서 할 일이 없어 격납고 앞에 서 있었고, 오후 늦게 기체가 돌아왔을 때도 걸어 놓은 것을 도로 뗄 일이 없었다.

오늘은 아홉 시 이십 분부터 실렸다.

무장반이 리프트를 밀고 들어왔다. 회색 몸통에 꼬리날개가 넷 달린 물건이 파렛트 위에 누워 있었다. 유도 키트를 끼우면서 반장이 두 번 확인했고, 확인할 때마다 옆 사람이 소리 내어 복창했다.

손민혁 소령은 기체 밑으로 들어가 손으로 짚으며 셌다.

넷. 여덟. 열둘. 열여섯.

네 대에 열여섯이었다. 그리고 각 기체에 길쭉한 것이 하나씩 더 걸렸다. 그것은 떨어뜨리는 물건이 아니라 날아가는 물건이었고, 무장반은 그것을 걸 때 더 조용했다.

정비사 하나가 손을 멈췄다.

스물 몇 살 먹은 병사였다. 렌치를 든 채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다. 구름이 낮았다. 그는 삼 초쯤 그러고 있다가 다시 손을 내렸다.

"뭐 봤어."

반장이 물었다.

"아닙니다."

"그럼 조여."

무장반은 그날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원래 시끄러운 사람들이다. 실습 나온 병사한테 농담을 던지고, 점심 메뉴로 내기를 하고, 리프트 밀면서 노래를 흥얼거리는 사람들이다. 그날은 복창하는 소리하고 공구 소리밖에 안 났다.

장착이 끝난 것은 열 시 사십 분이었다. 반장이 기체 밑을 한 바퀴 돌고 마지막에 손바닥으로 동체를 한 번 쳤다. 그가 늘 하는 동작이었다.

이번에는 손을 떼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손민혁은 그것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도 어제 이 사람들 앞에서 빈 날개로 내렸다. 그때 아무도 왜 안 쐈느냐고 묻지 않았다. 묻지 않는 것이 더 오래 남았다.


브리핑은 열한 시에 있었다.

대대장이 앞에 서고 정보장교가 화면을 넘겼다. 좌표가 먼저 나왔다. 숫자였다. 숫자 다음에 사진이 나왔다.

"개머리 해안포진지입니다. 어제 열네 시 삼십사 분에 여기서 나갔습니다."

"포상은."

"확인된 것이 여섯입니다. 그중 둘은 어제 우리 K-9에 맞았습니다. 나머지 넷은 살아 있습니다."

손민혁은 사진을 봤다. 능선과 그림자와 회색 반원들. 위에서 보면 다 그렇게 생겼다.

"인원은 몇 명입니까."

정보장교가 잠깐 멈췄다.

"소령님."

"몇 명이냐고 물었습니다."

"중대 편성 기준으로 주간에 백 명 안팎입니다. 어제 사상자가 발생했으니 지금은 그보다 적을 겁니다."

"적다는 게 몇 명입니까."

"모릅니다."

"모른다고 적어 놓으십시오."

정보장교는 대답 대신 다음 장을 넘겼다. 무도 진지였다. 그다음이 이 진지를 받쳐 주는 것들이었다. 관측소, 갱도 입구 둘, 그리고 능선 뒤 차량 집결지.

누군가 뒤에서 손을 들었다.

"교전규칙은 어떻게 됩니까."

대대장이 그쪽을 봤다.

"어제 것하고 다르다."

"어떻게 다릅니까."

"어제는 우리가 쏠 수 있는 게 저쪽이 쏜 만큼이었다. 오늘 온 문서에는 그 문장이 없다."

방 안이 조용해졌다. 손민혁은 옆자리 편대원이 볼펜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소리를 세 번 들었다.

"소령."

"예."

"자네가 1번기다. 자네가 안 떨어뜨리면 뒤에 셋도 안 떨어진다."

"압니다."

"알면 됐다."

대대장이 마지막에 말했다.

"아직 명령은 안 왔다. 나가서 기다린다."


확전 9화 제12장 사망자 명단 — 전환컷

열네 시 정각에 떴다.

바다 위에서 원을 그리며 기다렸다. 서른 분쯤 돌았다. 후방석의 무장통제관이 계기를 두 번 점검하고 세 번째에는 손을 놓았다. 무전에서는 아무것도 오지 않았다.

열네 시 오십오 분에 왔다.

작전사에서 오는 목소리가 평소보다 천천히 말했다. 문장이 짧았고, 짧은 문장 뒤에 확인 절차가 붙었다. 손민혁은 복창하면서 자기 목소리가 평소보다 낮다는 것을 알았다.

"권한 확인."

"확인."

편대는 북서로 기수를 돌렸다.

투하는 열다섯 시 이십 분이었다.

조종석에서 보이는 것은 계기와 구름 위였다. 밑은 안 보였다. 표시가 하나씩 사라지고, 기체가 가벼워지는 것이 손목에 먼저 왔다. 그게 다였다.

보이지 않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알고 있는 것과 보는 것은 다르다. 그는 열여섯 번의 도착 시각을 머릿속으로 셌고, 세면서 자기가 왜 세고 있는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긴 것은 나중에 나갔다. 그것은 떨어지지 않고 앞으로 갔다. 잠깐 아래쪽에 흰 줄이 생겼다가 구름 속으로 들어갔다.

구름이 한 번 갈라졌다. 갈라진 틈으로 아래가 보였는데, 능선이 있고 그 능선 위에 검은 것이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부풀어 오르는 속도가 이상하게 느렸다. 사진에서 본 것보다 느렸다. 그것이 다시 구름에 가렸다.

"명중 판정 나중에 받습니다."

후방석이 말했다.

"어."

"소령님."

"어."

"기수 돌립니다."

그는 조종간을 잡은 손을 한 번 폈다가 다시 쥐었다. 장갑 안이 젖어 있었다.


열다섯 시 이십육 분, 서해 상공.

KF-16 넉 대가 남쪽에서 올라왔다. 유은상 대위는 2번기였다. 레이더에 다섯이 잡혔고, 다섯은 위로 올라오지 않고 낮게 붙었다.

미그였다. 설계가 사십 년 된 비행기였다. 날개를 접었다 폈다 하는 그 비행기를 유은상은 교범 사진으로만 봤다.

교전은 짧았다.

첫 두 대는 멀리서 끝났다. 그것은 싸움이라기보다 절차였다. 세 번째는 붙었다. 상대가 어디서 배웠는지 몰라도 도망가지 않고 선회로 들어왔고, 유은상은 그 순간 상대 조종석에 사람이 앉아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생각했다.

세 번째가 떨어질 때 네 번째가 쐈다.

기체가 오른쪽으로 튀었다. 경고음이 한꺼번에 울렸다. 유은상은 계기를 봤고 유압이 둘 다 나간 것을 봤고, 그다음에는 볼 것이 없었다.

"2번기 이탈."

그는 손잡이를 당겼다.


캐노피가 사라지고, 그다음은 순서를 기억할 수 없었다.

정신이 든 것은 흔들림 때문이었다. 낙하산이 펴져 있었다. 어깨끈이 겨드랑이를 파고들었다. 발밑에서 무슨 소리가 계속 났는데 그것이 바람 소리인지 자기 숨소리인지 구분이 안 됐다.

그는 아래를 봤다.

십일월의 서해였다. 하늘이 흐려서 물빛이 하늘을 안 받았다. 파랗지 않았다. 회색도 아니었다. 흙탕물을 오래 가라앉힌 것 같은, 누런빛이 도는 짙은 색이었다. 물결이 하나도 안 보일 만큼 높았다가, 물결이 보일 만큼 가까워졌다가 했다.

그는 그 색을 마지막으로 봤다. 그다음에 발이 들어갔다.


2010년 11월 24일 15시 00분 · 연평도 포7중대 진지

세 시부터 하늘이 이상했다.

구름이 낮은데도 소리가 계속 났다. 어디서 나는지 모르는 소리였다. 왼쪽 귀가 어제부터 물속에 있는 것 같아서, 나는 소리가 나면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는 버릇이 생겼다. 하루 만에 생긴 버릇이었다.

우리는 포상에서 탄을 정리하고 있었다. 밤새 올려 온 것을 순서대로 쌓는 일이다. 하동찬이 위에서 받고 내가 밑에서 올렸다.

"형님, 저거 우리 겁니까."

"뭐가."

"소리요."

"우리 거겠지."

"우리 게 왜 저기서 납니까."

정한길이 포탑 위로 올라가서 북쪽을 봤다. 올라가지 말라고 하려다 말았다. 나도 보고 싶었다.

세 시 십 분쯤 강민수 대위가 포상을 돌았다.

중대장은 어제부터 잠을 안 잔 얼굴이었다. 그는 포마다 서서 짧게 물었다. 몇 발 있나, 장약 몇 호 있나, 사람 다 있나. 우리 포 앞에 와서는 나한테 물었다.

"삼번포 몇 명이야."

"다섯입니다."

"어제하고 같나."

"같습니다."

"좋아."

그는 다음 포로 가려다가 돌아섰다.

"오 병장. 오늘 무슨 소리가 나든지 포 옆에 붙어 있어라. 뛰어나가지 마라."

"예."

"뛰어나가면 나가서 죽는다."

그 말을 하고 갔다. 나는 그게 무슨 뜻인지 그때는 몰랐다.


열다섯 시 이십 분이었다.

시계를 봤기 때문에 안다. 나는 시계를 자주 본다.

북쪽 능선 위에서 흙이 솟았다.

한 군데가 아니었다. 왼쪽에서 하나 오르고, 그다음 조금 오른쪽에서 둘이 거의 같이 오르고, 그다음에 더 오른쪽에서 또 올랐다. 색깔이 어제 우리가 쏜 것하고 달랐다. 어제 것은 회색이었는데 그건 검었다. 그리고 컸다. 크기가 달랐다는 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제 것이 삽으로 뜬 거라면 그건 굴착기로 뜬 거였다.

솟은 것이 위에서 옆으로 퍼졌다. 퍼지면서 아래로 무너졌다.

소리는 그다음에 왔다.

한참 뒤였다. 숨을 몇 번 쉬고 나서 왔다. 배 밑바닥을 두드리는 것 같은 소리가 바다를 건너서 왔고, 발바닥으로 먼저 오고 귀로 나중에 왔다.

한참 뒤였다. 숨을 몇 번 쉬고 나서 왔다. 배 밑바닥을 두드리는 것 같은 소리가 바다를 건너서 왔고, 발바닥으로 먼저 오고 귀로 나중에 왔다.

남은 35화 · 약 123,316자 · 약 2시간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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