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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제9장 첫 밤

· 44화 중 7화 · 3,652자 · 약 5분 · 무료

글자3 / 5

다섯 시쯤 소문이 돌았다.

취사장 뒤에서 담배 얻으러 온 통신병이 말하기를, 위에서 뭐가 하나 더 올라갔다고 했다. 진돗개 하나 위에 뭐가 또 있느냐고 누가 물었더니, 그건 잘 모르겠고 미군이 같이 걸린 거라고 했다. 미군이 걸리면 다른 거라고.

확전 7화 제9장 첫 밤 — 헤더컷

"다른 게 뭔데."

"그건 저도 모릅니다."

"그럼 말을 하지 마."

"용산에서 밤새 불이 켜져 있답니다."

"용산은 원래 켜져 있어."

하동찬이 판초를 뒤집어쓴 채로 물었다.

"그럼 우리 오늘 또 쏩니까."

"쏘라면 쏘겠지."

"어제 다 썼잖습니까."

"그러니까 밤새 실어 왔지."

그 말을 하고 나서 아무도 말을 안 했다. 어제 우리가 얼마나 썼는지는 나만 세고 있는 줄 알았는데, 익산에서 온 그 애도 세고 있었던 모양이다.

김선우 중사가 지나가면서 그 말을 들었을 텐데 아무 말도 안 했다. 그게 제일 이상했다. 김 중사는 소문을 들으면 반드시 한마디 하는 사람이다. 야, 헛소리하지 마, 하고. 그런데 그날 새벽에는 그냥 지나갔다.

나는 포상으로 돌아와 마지막 상자를 쌓았다.

손이 시렸다. 장갑이 젖어서 벗어 놨더니 더 시렸다. 상자 모서리에 숫자가 찍혀 있었다. 검은 잉크가 나뭇결에 스며서 번져 있었다. 2008 다음에 숫자가 두 개, 그다음에 또 두 개.

나는 그 위에 손을 얹었다. 나무가 차가웠다. 손끝이 숫자 홈에 걸렸다가 미끄러졌다.


2010년 11월 24일 02시 10분 · 서울 합참 지하 지휘소 / 용산 연합사 / 청와대

판독관은 열아홉 장을 순서대로 넘겼다.

"개머리 진지 후사면입니다. 0시 40분 촬영분과 비교하면 차량이 두 대 늘었습니다."

한지환은 화면 왼쪽 아래 시각 표시를 봤다. 미국 시각으로 찍혀 있어서 머릿속으로 열네 시간을 더했다.

"이건 뭡니까."

작전본부장이 물었다. 열여섯 번째 장이었다. 능선 뒤쪽 평탄지에 밝은 점이 셋 있고 그 위로 회색 기둥이 비스듬히 누워 있었다.

"열원입니다."

"불이라는 얘기죠."

"세 군데에서 각각 타고 있고, 열원 크기가 일정합니다. 산불이면 이렇게 안 납니다. 산불은 번집니다."

방 안에서 종이 넘기는 소리가 그쳤다. 누군가 의자를 뒤로 밀었다가 도로 당겼다.

"판독관."

"예."

"그러니까 지금 뭘 태우고 있다는 겁니까."

판독관은 잠깐 말을 골랐다. 고르는 시간이 길지 않았다.

"통상 이 규모, 이 간격, 이 지속시간은 시신 처리에서 나옵니다."

한지환은 상황판을 보고 있었다. 어제 오후 다섯 시부터 그 판 위에는 우리 쪽 숫자만 올라가 있었다. 전사 둘, 부상 열여섯, 민간 셋. 확인되지 않은 민간인 둘. 그가 열두 시간 동안 여러 번 봤고 여러 번 세었던 판이다.

이제 반대편에도 숫자가 생겼다.

그는 수첩을 폈다가 아무것도 적지 않고 닫았다.


용산의 회의는 여섯 시에 시작해서 열한 시까지 갔다.

새벽 네 시에 이미 하나가 올라간 뒤였다. 한미가 합의해서 조정했고, 그 조정은 진돗개하고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표에 적힌 단계 이름은 라운드하우스였다. 한지환은 그 단어를 이번 근무에서 처음으로 실제 문서에서 봤다.

"Proportionate."

샤프 대장이 그 단어를 두 번 말했다. 세 번째는 손가락으로 탁자를 짚으면서 말했다.

"교전규칙이 요구하는 것은 비례성입니다. 같은 종류, 같은 양."

작전1처장이 통역을 기다리지 않고 받았다.

"장군님, 그 계산은 어제 오후 두 시 삼십사 분에 끝났습니다."

"계속하시죠."

"저쪽은 민가에 쐈습니다. 백칠십 발 중에 절반이 마을에 떨어졌습니다. 그러면 동종·동량은 우리가 민가에 쏘라는 뜻이 됩니까. 우리는 그렇게 안 합니다. 그럼 이 규칙은 이미 성립하지 않습니다."

제이슨 박이 옮겼다. '동종·동량'을 그는 in kind and in quantity라고 했다. 캘러헌 대령이 옆에서 그 네 단어를 그대로 적었다.

샤프는 오래 듣고 짧게 말했다.

"비례성은 저쪽이 무엇을 했는지가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에 대한 규칙입니다."

"압니다."

"압니까."

"압니다. 그리고 어제 우리는 그 규칙을 지켰습니다."

방 안에서 아무도 그다음 문장을 말하지 않았다. 어제 지켰다는 것과 오늘 지킨다는 것은 다른 문장이었다.

한지환은 새벽에 본 열아홉 장 중 열여섯 번째를 다시 꺼내 탁자 위에 놓았다.

"장군님. 이 사진은 세 시간 전에 미국이 우리한테 준 겁니다."

샤프가 사진을 봤다.

"그래서요, 중령."

"어제 우리가 쏜 곳에서 지금 사람을 태우고 있습니다. 저쪽은 사상자 없다고 이미 발표했습니다. 오늘 아침 조선중앙통신에 나왔습니다."

"봤습니다."

"발표를 해 놓고 태우고 있으면, 저쪽 사단에서 마을로 편지가 갈 때 뭐라고 씁니까."

"중령."

"저는 저쪽이 이걸 그냥 덮고 넘어갈 수 있는 부대라고 보지 않습니다. 그게 제가 드리는 판단의 전부입니다."

샤프는 사진을 한참 보다가 캘러헌 쪽으로 밀었다.

"그 판단은 워싱턴에 그대로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중령. 그쪽에도 그대로 올리십시오. 내가 이 문장을 그대로 말했다는 것까지."


확전 7화 제9장 첫 밤 — 전환컷

청와대 회의는 두 시에 다시 열렸다.

전날 밤부터 계속되던 것이 정리되는 자리였다. 정리라는 것은 문장을 고르는 일이었다. 대변인이 어제 저녁에 두 번 말을 바꿨고, 그 두 번이 신문 1면에 나란히 실려 있었다.

"어제 몇 시에 뭐라고 나갔는지부터 확인합시다."

외교안보수석이 말했다. 부임한 지 다섯 주째였고 그는 아직 이 방의 순서를 배우는 중이었다.

국방부 장관이 서류에서 눈을 들었다.

"각하, 지시 문안에 확전 방지를 한 줄 넣는 것이 좋겠습니다. 현장 지휘관들이 판단할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그걸 넣으면."

대통령이 말했다.

"넣으면 아무도 안 쏴요."

"그렇지 않습니다."

"장관, 어제 열세 분 걸렸어요. 열세 분."

"대피하고 포를 다시 놓는 데 걸린 시간입니다."

"나는 그걸 묻는 게 아니에요."

대통령은 탁자에 놓인 사진을 손끝으로 밀었다. 어제 찍힌 마을 사진이었다.

"공군 뒀다 뭐하냐고 내가 물었어요. 어제. 아무도 대답을 안 했어요."

통일부 장관이 뭔가 말하려다 말았다. 국정원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두 번밖에 말하지 않았고 두 번 다 숫자를 말했다.

합참의장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각하, 원점만 때리면 저쪽은 다음 날 또 쏩니다. 원점 뒤에 있는 것까지 같이 해야 합니다."

"뒤에 있는 게 뭡니까."

"지휘소, 관측소, 그리고 그 진지를 먹여 살리는 것들입니다."

"몇 시에 됩니까."

"오늘 안에 됩니다."

"오늘 안에라는 게 몇 십니까."

의장은 시계를 보지 않고 말했다.

"세 시 이십 분입니다."

문안은 두 시 오십오 분에 확정됐다. 두 문장이었다. 확전이라는 단어는 들어가지 않았다. 들어가지 않기로 한 것이 아니라, 그 단어를 쓰자고 한 사람이 한 명이었고 회의는 그 한 명을 지나쳐 갔다. 국방부 장관은 서류를 덮고 자기 앞의 물컵을 오래 봤다.


지시가 용산에 도착한 것은 세 시가 되기 직전이었다.

제이슨 박이 종이를 받아 들고 한 번 읽었다. 두 번째 읽을 때는 소리를 내지 않고 입술만 움직였다.

"Captain."

"Yes, sir."

"Read it."

"'대한민국 군은 도발 원점 및 지원세력에 대하여 동시 타격을 실시한다.' The Republic of Korea will conduct simultaneous strikes against the point of origin and its supporting elements."

캘러헌이 받아 적다가 펜을 멈췄다.

"Supporting elements. 지원세력이라. 그게 어디까지야?"

"That determination rests with the ROK Joint Chiefs, sir."

"자네 지금 그 문장, 부드럽게 옮긴 거지."

박준영은 대답하지 않았다.

캘러헌은 마지막 단어에 밑줄을 두 번 긋고 펜 뚜껑을 닫았다.

"그럼 우리도 목록을 만들어야겠군. 저쪽 목록에 뭐가 들어가는지 우리가 모르면, 우리 것부터 세어 놔야지."


2010년 11월 24일 06시 00분 · 연평도 마을·부두·관사 신축 공사현장 부근

여섯 시에 부두에 내려가 보니 벌써 줄이 있었다.

밤새 서 있었던 줄은 아니었다. 다들 방금 나온 얼굴이었다. 세수를 안 한 얼굴과 세수를 한 얼굴이 반반이었다. 세수를 한 사람들이 짐이 더 많았다.

이준하 소위가 종이를 들고 왔다. 이 소위는 늘 종이를 들고 온다.

"오 병장. 순서 있습니다."

"예."

"아이, 노인, 여자, 환자. 그다음에 나머지."

"나머지는 몇 명입니까."

"그건 안 적혀 있습니다."

우리는 짐을 날랐다. 짐이 사람보다 많았다. 이불 보따리, 김치통, 쌀부대. 어떤 할머니는 화분을 안고 있었다. 배가 반쯤 찼을 때 해경이 짐을 하나씩 도로 내리기 시작했다. 쌀부대가 부두 바닥에 쌓였다.

"아니, 이걸 왜 내려."

"자리가 없습니다, 어머니."

"이거 올해 거여."

"다음 배에 실어 드리겠습니다."

다음 배가 언제인지는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그 할머니는 쌀부대 위에 손을 얹고 한참 서 있다가 손자 손을 잡고 램프를 올라갔다.

정한길이 김치통을 두 개씩 들고 뛰었다. 부산 애라 목소리가 커서, 저기요 잠깐만요, 하는 소리가 부두 반대편까지 갔다. 윤지호는 노인 한 분을 업으라고 했더니 그대로 업었다. 다리가 후들거리는데도 계속 업고 다녔다. 세 번째에 내가 뺏어서 대신 업었다.

"제가 하겠습니다."

"너 어제 귀 나왔잖아."

"괜찮습니다."

"괜찮은 놈이 안 괜찮다고 하는 거야."

개를 데려오려는 아저씨가 있었다.

"이거 묶어 놓으면 굶어 죽어."

"선생님, 개는 못 탑니다."

"그럼 내가 안 타."

"타셔야 됩니다."

"안 탄다니까. 이거 놔."

결국 그 아저씨는 탔고 개는 안 탔다. 개는 짖지도 않고 부두 끝까지 따라 나와 앉아 있었다. 배가 나가고 한참 뒤에도 그 자리에 있었다. 나는 상자를 나르면서 두 번 봤고 세 번째부터는 안 봤다.

결국 그 아저씨는 탔고 개는 안 탔다. 개는 짖지도 않고 부두 끝까지 따라 나와 앉아 있었다. 배가 나가고 한참 뒤에도 그 자리에 있었다. 나는 상자를 나르면…

남은 37화 · 약 130,520자 · 약 3시간 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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