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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제39장 두 번째 것

· 44화 중 28화 · 3,668자 · 약 5분 · 무료

글자3 / 5

베이징에 기상 보고 한 장이 올라간 것은 3월 20일이었다.

그것은 두 쪽짜리였고 첫 쪽에 지도가 있었다. 지도 위에 화살표가 여러 개 그려져 있었다. 3월 9일의 화살표는 남동쪽을 가리켰다. 4월과 5월의 화살표는 그렇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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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이 반도의 바람은 방향을 바꾼다. 여름으로 갈수록 남쪽에서 북쪽으로 부는 날이 늘어난다. 두 번째 것이 4월이나 5월에 황해도에서 터진다면, 지도 위의 화살표는 랴오둥반도와 단둥과 지린 남부를 지난다.

다이빙궈가 그 쪽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주석 동지, 이건 우리 인구입니다."

후진타오는 그 종이를 오래 보았다. 방 안의 다른 사람들이 서로를 한 번씩 보는 동안에도 그는 종이만 보았다.

탁자 위에는 다른 종이도 있었다. 1961년의 조약문이었다. 제2조에 이렇게 적혀 있다. 체약 쌍방 중 어느 일방에 대한 어떠한 국가로부터의 침략이라도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모든 조치를 공동으로 취할 의무를 지닌다.

모든 조치. 조약은 원조를 말한다. 그러나 조약은 그 나라가 가진 무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한 글자도 말하지 않는다. 그 공백이 오십 년 동안 아무 문제도 아니었다.

"완충지대를 지키러 갔지요." 원자바오가 말했다. "지금 우리가 지켜야 하는 것이 완충지대입니까."

후진타오가 종이에서 눈을 뗐다.

"딩자오밍 동지한테 맡기시오. 그리고 이건 문서로 남기지 마시오. 남길 것은 결과만 남기시오."

선양군구 제39집단군 부군장 딩자오밍 소장이 임무를 받은 것은 그다음 날이었다. 임무 문서에는 목적지가 세 곳 적혀 있었고 그중 두 곳의 이름을 그는 처음 보았다.


3월 30일 새벽, 평안남도의 어느 도로.

트럭 세 대가 언덕을 넘어왔을 때 도로 위에 차량 여섯 대가 가로로 서 있었다. 헤드라이트는 켜져 있지 않았다. 상좌는 그것을 백 미터 앞에서 알아보고 속도를 줄였다.

내려온 것은 대교 계급장을 단 사람이었다. 그 뒤로 서른 명쯤이 도로 양쪽 비탈에 흩어져 있었는데, 총구는 전부 아래를 향하고 있었다. 그것이 상좌에게 먼저 온 정보였다.

상좌가 명령서를 꺼냈다. 인장이 찍힌 자리를 손가락으로 짚어 보였다.

대교는 그것을 읽었다. 읽는 데 시간을 썼다. 다 읽고 나서 자기 안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폈다.

한쪽은 중국어였고 한쪽은 조선말이었다. 아래에 인장이 두 개 있었다. 하나는 상좌가 모르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상좌가 아는 것이었다. 그 아는 인장은 그가 손에 들고 있는 명령서에 찍힌 것보다 위에 있는 인장이었다.

상좌는 그것을 두 번 읽었다. 그리고 자기 명령서를 접었다.

접은 다음 그는 손을 들었다. 뒤차 두 대에 시동을 끄라는 신호였다. 그는 그 손을 든 채로 삼사 초쯤 있었다. 아무도 그를 재촉하지 않았다.

대교가 화물차 쪽으로 걸어가다가 상좌를 돌아보고 한마디 했다.

"辛苦了."

옆에 있던 통역이 옮겼다.

"수고하셨답니다."

상좌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는 알아들었다. 알아듣지 못한 것은 그 말이 지금 이 도로 위에서 하는 일이었다. 위로인지, 통보인지, 아니면 이미 끝난 일에 대한 인사인지. 통역은 그것까지는 옮기지 않았고, 옮길 수 있는 말도 아니었다.


2011년 3월 20일 ~ 3월 31일 · 후방 야전병원 / 재편성 지역

헤드폰이 무거웠다.

군의관이 유리 저쪽에서 손짓을 했다. 소리가 들리면 손을 들라고 했다. 어느 쪽에서 들리는지는 말하지 말고 그냥 들라고 했다.

삐, 하고 났다. 오른손을 들었다.

삐. 오른손.

삐. 오른손.

한참 아무것도 안 났다. 나는 기다렸다. 이번엔 안 나오나 보다 하고 손을 내렸는데 군의관이 뭐라고 적었다.

또 한참 있다가 삐. 오른손.

열몇 번 하는 동안 왼손은 한 번도 안 올라갔다.

끝나고 헤드폰을 벗는데 군의관이 그걸 받아서 좌우를 바꿔 다시 씌웠다. 그러고 또 했다. 결과는 같았다.

"오른쪽만 드셨습니다."

"예."

"왼쪽은 아무것도 안 들리셨어요?"

"예."

"언제부텁니까."

나는 대답을 못 했다.

"작년 십일월부터인지, 이번 달부턴지."

"모르겠습니다."

"모르는 게 정상입니다." 그 사람이 서류에 뭘 적으면서 말했다. "한쪽만 없어지면 사람은 잘 모릅니다. 다른 쪽이 다 해 주니까요."


가슴에 달고 있던 것을 그날 떼어 갔다.

이틀 뒤에 결과를 알려줬다. 숫자를 하나 말해 줬는데 나는 그 숫자가 큰 건지 작은 건지 몰랐다.

"괜찮은 겁니까."

"괜찮습니다."

"진짜 괜찮은 겁니까."

군의관이 볼펜을 놓고 나를 봤다.

"오 병장님, 지금 여기 들어온 사람 중에 제일 나은 축입니다."

그건 괜찮다는 말하고 다른 말이었다. 나는 그걸 알아들었는데 더 안 물어봤다.

코피는 나흘 만에 멎었다. 관찰 기간이라고 해서 병상에 그냥 누워 있었다. 옆 침상에는 다리에 뭘 감은 사람이 있었고 그 옆에는 눈을 감고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사흘 동안 밥 먹을 때만 일어났다.


누워서 내 손을 봤다.

그렇게 오래 내 손을 본 건 처음이었다. 스물세 살 먹도록 손은 뭘 하는 거지 보는 게 아니었다.

오른손 검지 안쪽에 굳은살이 있다. 장전할 때 여기가 닿는다. 왼손 손등에 화상 자국이 있다. 훈련 때 뜨거운 포신에 덴 건데 언제였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지금은 색만 남았다. 손톱은 열 개 다 짧고 그 밑이 검다. 씻어도 안 빠진다. 흙이 아니라 기름이다.

이 손이 한 일을 순서대로 떠올려 봤다.

십일월 이십삼일에 장전을 했다. 몇 번인지는 안다. 그날 우리가 백육십팔 발을 냈고 그중 우리 포가 얼마인지도 안다.

그다음에 케이블을 이었다. 이 소위가 말한 대로 심선을 벗기고 꼬아서 절연테이프를 감았다. 손이 떨렸는데 손이 떨려도 그건 되더라.

그다음에 삽을 들었고, 배를 탔고, 또 삽을 들었다.

이월에 하 상병 군장을 쌌다. 그 애 것을 내가 쌌다.

삼월 오일에 물통을 건넸다. 스물세 명한테 갔다가 삼분의 일 남아서 돌아왔다.

삼월 팔일에 라이터를 받았다. 아직 갖고 있다.

삼월 구일에 흙을 안 털었다.

거기까지 세고 나서 나는 손을 이불 밑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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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길이 온 건 이십사일이었다.

그놈은 침상 왼쪽에 앉았다. 나는 그놈 말이 반쯤 안 들려서 자꾸 고개를 돌렸다. 세 번쯤 돌리니까 그놈이 눈치를 챘다.

"오 병장님, 저 이쪽으로 갈까예."

"아니다."

"돌아가 앉겠십니다."

"괜찮다니까."

그놈은 그래도 일어나서 반대쪽으로 갔다. 그러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계속 떠들었다. 포대에 보충 인원이 온다고 했다. 열둘인가 열넷인가 온다는데 그중에 절반이 자대 배치 두 달 안 된 애들이라고 했다. 자기가 이제 사수를 본다고 했다. 사수 하기 싫다고 했다.

"세 번이나 얘기했다."

"뭘예."

"사수 하기 싫다고 세 번 했다고."

"제가예?"

"니 아까부터 그 얘기만 했다."

한길이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는 자기 무릎을 보다가 말했다.

"지호 관물함 정리했십니다."

"…그래."

"편지가 두 통 나왔는데예, 부친 게 아니고 받은 겁니다. 어머니가 보낸 거. 그거를 우째야 될지 몰라가."

"보내드려라."

"보내드리면 그 어머니가 또 읽으실 거 아입니까."

나는 그 말에 대답을 못 했다. 한길은 그 뒤로 십 분쯤 아무 말도 안 하고 앉아 있다가 갔다. 그놈이 십 분을 조용히 있은 건 그게 두 번째였다.


귀마개 얘기를 하려면 작년 십일월로 가야 한다.

훈련 때는 꼭 했다. 안 하면 김 중사님이 뒤통수를 쳤다. 야, 귀마개. 세게 치는 게 아니고 손바닥으로 툭 치고 지나가는 건데 그게 되게 싫었다.

십일월 이십삼일에는 안 했다.

포상까지 뛰어가는데 챙길 게 아니었다. 그날 우리 포가 낸 것 중에 첫 발이 제일 컸다. 첫 발 다음부터 세상이 물속 같았다. 물속에서 사람들 입이 움직이는 걸 보면서 쐈다.

김 중사님은 그날 나한테 귀마개 얘기를 안 했다. 그 사람도 안 하고 있었다.


이 소위가 온 건 삼월 이십육일이었다.

밖에서 파카를 벗고 들어와서 침상 옆에 앉았다. 그 사람은 앉을 때 무릎에 손을 얹는다.

"좀 어떠십니까."

"괜찮습니다."

"귀는요."

"한쪽은 됩니다."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도 안 했다. 병실이 조용하지는 않았다. 누가 기침하고 어디서 카트 미는 소리가 났다.

내가 먼저 물었다.

"소위님."

"예."

"작년 십일월에 우리가 받은 그 좌표 말입니다."

이 소위가 나를 봤다.

"그거 어디서 온 겁니까."

그 사람은 대답을 안 했다. 손가락으로 무릎을 두 번 눌렀다.

"저는 그날 김 중사님이 불러 주는 대로 받아 적었습니다. 무도인 줄 알았는데 무도가 아니었지 않습니까. 그거 어디서 나온 숫자냐고요."

"오 병장님."

"제가 알면 안 되는 겁니까."

"…밥은 잘 나옵니까."

나는 그때 그게 화제를 돌린 거라고만 생각했다. 대답할 수 있는데 안 한 거라는 건 한참 뒤에 알았다. 그날은 몰랐다. 몰랐으니까 그냥 밥 얘기를 했다.

"국이 짭니다."

"여기 국은 원래 짭니다. 다른 데도 짜요."


삼십일일에 전화를 했다.

행정실 전화를 빌렸다. 선이 나빠서 소리가 늦게 왔다. 내가 말하고 한 박자 있다가 어머니가 대답했다.

"밥은 묵냐."

"묵습니다."

"뭐 나오냐."

"국 나오고 반찬 나옵니다."

"국이 뭐 나오냐."

"…무국 나옵니다."

무, 라고 말하고 나서 나는 잠깐 아무 말도 못 했다. 어머니는 눈치를 못 챘다.

"어디 다친 데는 없고."

"없습니다."

없다고 했다. 귀 얘기는 안 했다. 하려고 했는데 입에서 안 나왔다.

수화기를 왼쪽 귀에 대고 있었다. 습관이다. 나는 원래 왼쪽으로 받는다.

저쪽에서 소리가 작아졌다. 작아진 게 아니라 어머니가 말을 안 하는 거였다. 뭔가 소리가 나는데 그게 뭔지 모르겠어서 나는 여보세요, 하고 두 번 불렀다.

"어머니."

대답이 없었다.

나는 수화기를 오른쪽으로 바꿔 들었다.

숨소리가 있었다. 코로 짧게 들이켰다가 참는 소리. 그리고 그 뒤에서 물소리가 났다. 수도꼭지를 튼 소리였다. 어머니는 싱크대 앞에 서 있었고, 물을 틀어 놓고 있었다. 내가 못 듣게 하려고 튼 것이다.

물은 계속 흘렀다. 그 밑에서 어머니 숨소리가 났다. 오른쪽 귀로는 두 개가 다 들렸다.

물은 계속 흘렀다. 그 밑에서 어머니 숨소리가 났다. 오른쪽 귀로는 두 개가 다 들렸다.

남은 16화 · 약 56,958자 · 약 8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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