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전 제6부 세계
29화제41장 해협
2011년 3월 ~ 4월 · 타이베이 / 베이징 / 하와이 태평양사령부
복사기가 또 종이를 씹었다.

린슈청 중령은 덮개를 열고 구겨진 장을 손끝으로 끌어냈다. 여덟 주치 표의 셋째 장이었다. 가장자리가 찢겨 나갔지만 숫자는 다 살아 있었다. 그는 종이를 손바닥으로 눌러 펴서 나머지 위에 얹었다.
"새로 뽑아 드릴까요."
"됐어. 회의 끝나면 어차피 파쇄한다."
표에는 네 줄이 있었다. 푸젠 연안 비행장의 주간 출격 횟수. 연안 상륙훈련 일수. 동남 연안 미사일 부대의 통신량. 그리고 맨 아래 한 줄, 군용 열차 편성 수.
위의 세 줄은 겨울 내내 내려갔다. 맨 아래 줄만 올라갔다. 열차는 전부 북쪽으로 갔다.
회의실에서 정보차장이 먼저 손을 들었다.
"두 곳을 동시에 못 합니다. 압록강에 22만을 넣어 놓고 이쪽으로 뭘 보내겠습니까. 저는 지난 20년 중에 지금 해협이 가장 조용하다고 봅니다."
작전차장은 표를 뒤집어 놓고 말했다.
"저는 같은 종이를 보고 반대로 읽었습니다. 미국 항공모함이 지금 어디 있습니까. 전부 북쪽입니다. 지금 안 하면 언제 합니까."
두 사람 다 린 중령의 표를 가리켰다. 그는 자기 표에서 두 개의 미래가 나오는 것을 보면서 볼펜 뚜껑을 눌렀다 뗐다 했다.
"판단을 하나로 올려야 합니다." 차장 하나가 말했다. "위에서는 둘을 다 받지 않습니다."
"둘 다 맞을 수도 있습니다." 린 중령이 말했다. 자기 목소리가 생각보다 크게 나왔다.
"어떻게 둘 다 맞나."
"저쪽이 못 하는 것과, 저쪽이 하고 싶어지는 것은 다른 이야기라서 그렇습니다."
아무도 그 문장을 받아 적지 않았다.
회의가 끝나고 그는 표를 파쇄기에 넣지 않았다. 서랍에 넣고 잠갔다. 다음 날 아침 여섯 시 반에 같은 표를 다시 만들었다. 숫자만 조금 달랐다. 넉 달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넉 달 동안 그는 매일 아침 그 표를 만들었다.
응우옌 반 하이는 물대포가 오기 전에 소리를 먼저 들었다. 펌프 돌아가는 소리는 배 밖에서도 들린다.
"고물로 가! 고물로!"
아들이 갑판을 기어 뒤로 갔다. 물기둥이 조타실 유리를 때렸다. 유리는 깨지지 않았다. 대신 문틈으로 물이 들어와 무전기 위로 쏟아졌다.
회색 배는 총을 쏘지 않았다. 옆구리를 대고 밀었다. 뱃전이 갈리는 소리가 났고 페인트가 길게 벗겨졌다. 확성기에서 중국말이 나왔다. 하이는 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했지만 무슨 뜻인지는 알았다. 열아홉 살 때부터 이 물에서 고기를 잡았다.
그물을 끊은 것은 사람이 아니라 상대편 배의 스크루였다. 그물이 딸려 들어가면서 배가 한쪽으로 기울었다. 하이는 칼로 줄을 끊었다. 이틀 친 그물이 물속으로 사라졌다.
아무도 죽지 않았다. 배도 가라앉지 않았다. 다만 어창 뚜껑이 열려 있었고, 물대포에 얼음이 씻겨 나갔고, 사흘 잡은 오징어가 오후 햇볕 아래 놓였다.
돌아가는 길에 아들이 무전기를 흔들어 물을 뺐다. 스위치를 올렸다. 잡음만 났다.
"아버지, 이거 못 씁니다."
"놔둬."
"신고는요."
"어디다 하는데."
아들은 대답하지 못했다. 작년까지는 무전으로 다낭에 알렸고, 다낭에서는 받아 적었다. 받아 적은 종이가 어디로 가는지는 아무도 말해 주지 않았다.
하이는 조타기를 잡은 채 뒤를 한 번 돌아보았다. 회색 배는 따라오지 않았다. 따라올 이유가 없었다.
하와이의 그 방에서는 배를 자석으로 셌다.
지도는 벽 하나를 다 썼고, 자석은 회색 함정 모양이었고, 뒤에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 태평양사령부 작전참모부의 소령이 사다리를 밟고 올라가 항공모함 자석을 하나씩 짚었다.
"요코스카에서 나간 것 하나. 서해. 본토에서 온 것 둘, 하나는 동해, 하나는 서해 남쪽. 중동에 하나는 그대로 둡니다."
"남중국해."
"없습니다."
대령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구축함은."
"셀 수는 있는데, 세도 못 갑니다. 지원함이 없습니다. 유조선이 다 위로 붙었습니다. 배는 기름을 실어다 주는 배가 있어야 움직입니다."
"공중급유기."
"그건 세지 마십시오." 소령이 말했다. "세면 기분만 나빠집니다."
책상 위의 전화가 울렸다. 국무부였다. 커트 캠벨의 사무실에서 온 것이었고, 요지는 짧았다. 작년 여름 하노이에서 국무장관이 남중국해를 미국의 국가이익이라고 말했다. 그 말이 아직 유효하다는 것을 필리핀과 베트남에 보여 줄 방법이 필요하다.
대령은 수화기를 어깨에 끼우고 지도를 올려다보았다.
"보여 주는 건 할 수 있습니다. 뭘로 보여 드릴지를 말씀해 주시면요."
통화가 끝나고 소령이 사다리에서 내려오다가 자석 하나를 떨어뜨렸다. 자석은 책상 밑으로 굴러갔다. 그는 무릎을 꿇고 손을 뻗어 그것을 꺼냈다. 뒷면 이름표를 읽고, 잠깐 들고 있다가, 원래 자리가 아닌 지도 아래쪽 빈 칸에 붙였다. 그리고 다시 떼어 원래 자리에 붙였다.
베이징의 방은 더웠다.
총참모부에서 나온 대좌가 종이 넉 장을 돌렸다. 첫 장은 철도였다. 지난 60일 동안 북행 군용 열차에 배정된 편성 수, 그리고 그 때문에 남행에서 빠진 편성 수. 석탄과 곡물이 밀렸다는 줄에는 밑줄이 그어져 있었다.
둘째 장은 유류였다. 남해함대의 1분기 훈련 유류가 깎였고, 어업 감시선의 연료도 같이 깎였다.
셋째 장은 마찰 건수였다. 감시선과 외국 어선이 부딪친 횟수. 그 숫자만 올라가 있었다. 넷째 장에는 그 배들이 어느 나라 깃발을 달았는지가 적혀 있었다. 베트남이 제일 많았고 필리핀이 그다음이었다.
"밀어내는 것만 합니다." 대좌가 말했다. "물대포하고 뱃머리로 합니다. 총은 쓰지 않습니다. 쓰면 값이 달라집니다."

"값이 어떻게 달라지나." 누군가 물었다.
"저 아래에서 총소리가 한 번 나면, 저쪽 항공모함이 남쪽으로 돌아올 명분이 생깁니다. 지금은 명분이 없어서 못 오는 겁니다."
양제츠가 안경을 고쳐 썼다.
"작년 여름 하노이에서 미국 국무장관이 그 바다를 자기들 국가이익이라고 했을 때, 우리는 그것을 중국에 대한 공격이라고 받았습니다. 지금은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저쪽에 그 말을 지킬 배가 없습니다."
"그건 지금 이야기고." 시진핑이 말했다.
방이 조용해졌다.
"북쪽이 길어지면 남쪽 값이 오릅니다. 우리 쪽도요." 대좌가 말을 이었다. "39집단군과 40집단군을 강 건너로 보낼 때, 우리는 그 대가를 압록강에서 치른다고 계산했습니다. 지금 청구서가 오는 곳은 하이난입니다. 계산서에 적힌 항목은 석탄, 곡물, 기름, 그리고 열차입니다."
"타이완은."
"조용합니다." 대좌가 잠깐 뜸을 들였다. "너무 조용해서, 저쪽에서 그것을 어떻게 읽고 있는지 우리가 모릅니다."
시진핑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몸을 앞으로 기울여 탁자 위에 펼쳐진 지도로 손을 뻗었다. 하이난 아래, 아무 이름도 적혀 있지 않은 물 위에 검지를 얹었다.
손가락 밑에서 종이가 조금 눌렸다. 방 안의 누구도 다음 말을 꺼내지 않았다.
2010년 12월 ~ 2011년 5월 · 런던 로이즈 / 부산항 / 싱가포르 / 호르무즈
종이는 한 장이었다.
브로커가 그것을 박스 위에 내려놓았을 때 폴 렌쇼는 아직 커피를 다 마시지 못한 상태였다. 슬립은 접힌 자국이 없었다. 접힌 자국이 없다는 것은 다른 박스를 아직 돌지 않았다는 뜻이고, 그것은 이 건이 급하다는 뜻이었다.
"목록에 들어갔습니다." 브로커가 말했다. "어젯밤 회의에서요."
"어디까지."
"부산, 광양, 울산, 인천. 서해 전부. 남해도 절반."
렌쇼는 슬립을 왼손으로 눌러 놓고 오른손으로 만년필 뚜껑을 뺐다. 목록에 오른 지역으로 들어가는 배는 선체 전쟁위험 담보를 새로 사야 한다. 요율은 선체가액의 몇 퍼센트로 쓴다. 지난여름까지 그 칸에 적히던 숫자는 0.05였다.
그는 아래층 방을 한 번 내려다보았다. 러틴 벨은 늘 그 자리에 걸려 있었다. 요즘은 아무도 그것을 치지 않는다.
그가 그 숫자를 정하는 데 쓴 것은 넉 장짜리 요약이었다. 지난 30일간 해당 해역에서 보고된 피격·기뢰·억류 건수. 항만 폐쇄 일수. 그리고 그 항구로 들어갔다가 나오지 못한 선박의 척수. 마지막 줄이 제일 무거웠다. 나오지 못한 배는 손해가 아니라 계속 자라는 손해다.
"3.2."
브로커가 숫자를 되뇌더니 계산기를 꺼냈다. 손가락이 빨랐다.
"5천만 달러짜리 배면… 항차당 백육십만입니다."
"그렇지."
"작년에는 2만 5천이었습니다."
"작년이었으니까."
렌쇼는 자기가 인수할 지분을 슬립 여백에 적고 그 옆에 이니셜을 넣었다. 도장을 눌렀다. 잉크가 번지지 않게 종이를 잠깐 들고 있었다.
브로커는 슬립을 접어 가방에 넣으면서 한 마디를 덧붙였다.
"2008년에 세상에서 배를 제일 많이 만들던 나라입니다. 이제 그 나라 항구에 들어가는 값을 우리가 정하고 있네요."
"우리가 정하는 게 아니야." 렌쇼가 말했다. "우리는 받아 적기만 해."
회의부터 이니셜까지 마흔 분이 걸렸다.
구자흥은 사흘째 같은 자리에 떠 있었다.
제주 남동쪽, 어느 나라 것도 아닌 물이었다. 기관은 세워 두었다. 벙커가 남은 것보다 오래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고 판단한 뒤부터였다.
해도실 탁자에 팩스 세 장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용선주는 부산으로 들어가라고 했다. 환적 화물이 안벽에서 기다린다고 했다. 선주는 상하이로 가라고 했다. 보험 쪽은 세 번째 장에 있었다. 부산은 목록 지역이므로 진입 72시간 전에 통보하고 추가 보험료를 확약하라고 되어 있었다. 확약 없이 들어가면 담보가 없다.
담보가 없는 배는 배가 아니다. 고철이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갑판장이었다. 필리핀 사람이었고 이 배에서 십일 년째였다.
"선장님. 사람들이 물어봅니다."
"뭘."
"전쟁 구역에 들어가면 우리가 어떻게 되는지요. 계약서에 있는 걸 읽었답니다."
"뭐라고 쓰여 있던가."
"임금 두 배요. 그리고 들어가기 싫으면 안 들어가도 되고, 집에 보내 달라고 할 수 있다고요."
구자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맞는 말이었다.
"우리 화물은요."
구자흥은 해도 위에 손바닥을 얹었다. 배에 실린 것의 절반은 부산에서 다른 배로 옮겨 실려 유럽으로 갈 것들이었다. 그 다른 배가 부산에 안 들어온다. 그래서 이 화물은 이제 상하이나 가오슝이나 싱가포르에서 옮겨 실릴 것이다. 항로가 다시 그려지는 데는 종이 한 장이면 된다. 배는 그것을 따라가면 된다.
문제는 이미 부산 안벽에 놓여 있는 쪽이었다. 그건 종이로 옮겨지지 않는다.
"밥 먹었나."
"아직입니다."
"먹고 오게. 나도 갈게."
그날 밤 항해일지에 그가 쓴 것은 세 줄이었다. 위치. 풍향과 파고. 그리고 마지막 칸에 두 글자.
대기.
그날 밤 항해일지에 그가 쓴 것은 세 줄이었다. 위치. 풍향과 파고. 그리고 마지막 칸에 두 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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