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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화제50장 마지막 사격

· 44화 중 35화 · 3,729자 · 약 5분 · 무료

글자3 / 5

2011년 8월 11일 ~ 8월 14일 · 황해북도 신평

새벽 네 시에 동쪽에서 소리가 났다.

확전 35화 제50장 마지막 사격 — 헤더컷

우리 소리가 아니었다. 우리는 그 시각에 아무것도 안 쏜다. 소총 소리였고 멀었고 끊겼다가 다시 났다.

나는 판초를 쓰고 나와서 그쪽을 봤다. 산이 두 겹 있어서 아무것도 안 보인다. 소리만 왔다. 오른쪽 귀로 방향을 잡으려면 고개를 왼쪽으로 돌려야 하는데, 이제 그건 생각 안 하고 된다.

한길이가 나와서 옆에 섰다.

"저기 어딥니꺼."

"육군."

"우리 옆에 육군 있었습니꺼."

"있다."

"멉니꺼."

"모른다. 소리로는 모른다."

한길이가 담배를 물었다가 도로 뺐다. 새벽에 불빛 내지 말라는 건 작년부터 하는 소리다. 요즘은 아무도 뭐라 안 하는데 그놈은 아직 그걸 지킨다.

소리가 한 번 더 났다. 이번엔 좀 굵었다. 소총이 아니었다.

"저건 뭡니꺼."

"기다려 봐라."

다섯 시 반에 사격 요청이 왔다.


소대장님이 뛰어왔다. 뛰는 걸 오랜만에 봤다.

"오 병장, 열한 발."

"…예?"

"열한 발 허가 났어. 다섯 문 나눠."

나는 잠깐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두 달 동안 세 발이었다. 세 발이 아니라는 말을 듣는 데 머리가 한 박자 늦었다.

"왜 열한 발입니까."

"위에서 열한 발이래."

"열두 발도 아니고 열 발도 아니고 열한 발입니까."

"오 병장." 소대장님이 수첩을 폈다. "받아 적어."

좌표를 불렀다. 나는 받아 적었다. 옆에서 반장이 같이 적었다. 사격제원은 사격지휘반에서 내려왔고 그건 우리가 만지는 게 아니다.

내려온 목소리는 내가 모르는 사람이었다. 사격지휘반 사람들도 여러 번 바뀌었다. 이 사람은 숫자를 붙여서 빨리 읽는다. 나는 그게 아직 안 익어서 한 번 되물었다.

"다시 한번 불러 주십시오."

"—"

되물으면 짜증을 낼 줄 알았는데 안 냈다. 천천히 다시 읽었다. 나는 그걸 받아 적으면서, 내가 누구 목소리를 기다리고 있지 않다는 걸 알았다. 언제부터 안 기다렸는지는 모르겠다.

3번포에 내가 들어갔다. 고 이병이 그저께 손등을 까서 붕대를 감고 있었다. 그 애가 자기가 한다고 했는데 내가 밀었다.

"비켜라."

"할 수 있습니다."

"비키라고."


첫 발이 나갈 때 나는 눈을 감지 않는다.

옛날에는 감았다. 언제부터 안 감았는지는 모르겠다.

장전은 손이 한다. 오른손 검지 안쪽 굳은살이 어디에 닿는지 나는 안 보고도 안다. 거기가 닿으면 됐다는 뜻이고 안 닿으면 각도가 틀린 거다. 밀고, 빠지고, 닫히고, 물러선다. 물러설 때 왼발이 먼저 간다. 그것도 배운 게 아니라 그냥 그렇게 된 거다.

두 발째. 세 발째.

네 발째에 장약통 뚜껑이 뻑뻑해서 남 일병이 무릎을 썼다. 그 애 버릇이다.

일곱 발째에 내가 뭔가를 알아차렸다.

내가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있었다.

일곱 발을 쏘는 동안 내 머릿속에 아무것도 없었다. 좌표도 없고 저 앞도 없고 세는 것도 없었다. 세고는 있었는데 세는 걸 생각하지 않고 세고 있었다. 손이 다 하고 있었고 나는 그냥 거기 서 있었다.

그게 이상해서 나는 여덟 발째에 일부러 생각을 해 봤다.

지금 이게 어디로 가는지 생각해 봤다.

그랬더니 손이 반 박자 늦었다. 반장이 나를 한 번 봤다.

아홉, 열, 열하나.

열한 발이 끝났다. 포신에서 김이 났다. 여름에도 김이 난다.

나는 장갑을 벗고 손을 폈다 오므렸다. 손이 떨리지도 않고 아무렇지도 않았다. 아무렇지도 않은 게 잠깐 이상했는데, 그것도 오래는 안 갔다.


그날 저녁에 동쪽 소리가 그쳤다.

그친 게 아니라 안 들리는 걸 수도 있다고 나는 생각했다. 요즘은 자꾸 그 생각을 한다. 소리가 없어진 건지 내가 못 듣는 건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옆에 있는 사람 얼굴을 보면 대충 안다. 남 일병 얼굴이 아무렇지도 않으면 안 나는 거다.

그날 남 일병 얼굴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밤에 소대장님이 와서 물었다.

"오늘 것 몇 발 나갔지."

"열한 발입니다."

"남은 건."

"세 발 있습니다. 어제 것입니다."

"그건 두고 있어."

"예."

이튿날은 아무 일도 없었다. 비가 왔고 참호 물을 퍼냈고 남 일병이 또 깡통을 놓쳤다. 고 이병이 붕대를 풀었는데 딱지가 앉아 있었다. 그 애가 그걸 자꾸 손톱으로 건드려서 내가 한 번 때렸다. 세게는 안 때렸다.

십삼일 오후에 대대에서 서류가 왔다.

행정병이 오토바이로 왔는데 진흙에 미끄러져서 한 번 넘어졌다고 했다. 서류 뭉치 가장자리가 젖어 있었다. 요즘은 통신이 자주 죽어서 종이가 돈다.

앞장은 우리 사격 기록이었다. 날짜, 시각, 발수. 내가 적어 둔 것과 맞는지 보고 서명하라고 했다.

확전 35화 제50장 마지막 사격 — 전환컷

십일일 열한 발. 맞다.

칠월 십사일에 여섯 발이라고 적혀 있는데 내 수첩에는 다섯 발이다. 나는 그걸 손가락으로 짚었다.

"이거 하나 틀립니다."

"어느 겁니까." 행정병이 물었다.

"칠월 십사일."

"…그냥 서명해 주시면 안 됩니까."

"틀린 건 틀린 겁니다."

행정병이 볼펜으로 고치고 옆에 자기 이름을 적었다. 나는 서명을 했다.

그 뒤에 몇 장이 더 붙어 있었다. 인접 부대 상황 정리라고 되어 있었다.


두 번째 장 맨 위에 육군 1사단이라고 찍혀 있었다.

그 밑에 팔월 십일일이라고 있었고, 그 밑에 이름이 줄로 내려갔다. 계급, 이름, 군번. 그 옆에 무슨 칸이 하나 더 있었다.

나는 그 장을 봤다.

봤다는 건 눈이 거기 갔다는 뜻이다. 읽은 건 아니다. 읽을 이유가 없었다. 나는 육군을 모르고 저 사단에 아는 사람도 없다. 우리 이름이 있을 리도 없다. 우리는 여기서 쐈고 저 사람들은 저기 있었다.

글씨는 손으로 쓴 게 아니라 인쇄한 거였다. 줄이 고르고 칸이 반듯했다. 어디선가 누가 이걸 컴퓨터로 쳤다는 뜻이다. 전기가 있는 데다.

종이가 젖어서 두 장이 붙어 있었다. 나는 손톱으로 모서리를 떼서 넘겼다.

넘기고 나서 뒷장을 봤다. 뒷장은 도로 상태에 대한 거였다. 어느 다리가 못 쓰게 됐고 우회로가 어디라는 얘기였다. 그건 읽었다. 그건 우리한테 필요한 거였다.

서류를 반장한테 넘겼다. 반장이 훑고 남 일병한테 넘겼다. 남 일병은 도로 얘기만 보고 접어서 탄통 위에 올려놨다.

거기 며칠 있었다. 비에 한 번 더 젖었고, 나중에 누가 그걸로 뭘 닦았던 것 같다.


십사일 아침에 한길이가 물었다.

"오 병장님."

"어."

"어제 그 서류에 그거 안 있었습니꺼. 이름 적힌 거."

"있었다."

"많던데예."

"봤나."

"안 봤습니다. 많은 것만 봤지예."

한길이는 탄통 위에 앉아서 신발 끈을 다시 매고 있었다. 한 짝을 다 매고 나서 다른 짝을 풀었다. 안 풀어도 되는데 풀었다.

고 이병이 그 옆에서 반합을 닦고 있었고 남 일병은 아직 자고 있었다. 반장은 자기 포에 가 있었다. 아침 안개가 낮게 깔려서 3번포 포신 끝이 안 보였다.

"오 병장님."

"어."

"이걸로 끝입니꺼."


2011년 4월 3일 ~ 4월 11일 · 평양 / 영변

교통보안원은 자기 자리에 서 있었다.

차가 없었다. 사흘 전부터 그 거리에 민간 차량은 다니지 않았고, 지금 지나가는 것은 전부 초록색 트럭이었다. 그런데도 그 여자는 원통 위에 올라서서 흰 장갑을 낀 손을 들었다 내렸다 했다. 트럭 스물몇 대가 다 지나갈 때까지 그랬다.

왕레이는 짐칸 뒤쪽에 앉아 있어서 그 사람을 오래 봤다.

핑랑. 조선말로는 평양이라고 한다는 것을 그는 두 달 전에 배웠다. 배우고 나서도 입에서는 자꾸 핑랑이 먼저 나왔다.

총소리는 나지 않았다.

도로 양쪽에 조선 군복이 서 있었다. 총을 메고 있었고 총구는 아래를 향해 있었고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어깨에 계급장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섞여 있었다. 트럭이 지나갈 때 그들 중 몇은 고개를 돌렸고 몇은 안 돌렸다.

거리에 사람이 있었다. 생각보다 많았다.

그들은 인도 안쪽에 붙어서, 서로 팔이 닿지 않을 만큼씩 떨어져서, 앞을 보고 서 있었다. 손을 흔드는 사람은 없었다. 돌을 던지는 사람도 없었다. 아이 하나가 어머니 다리 뒤에서 얼굴을 반쯤 내밀었다가 도로 들어갔다.

이월에 압록강을 건널 때 저우 중사가 한 말이 왕레이의 머리에 잠깐 떠올랐다. 그때 사람들은 배 타고도 건넜고 얼음 위로도 건넜다, 우리는 다리로 건너잖아, 좋은 거지.

지금 그들은 포장도로로 들어가고 있었다. 아무도 그것을 좋다고 하지 않았다.

그날 밤 왕레이는 숙영지 담장 위로 도시를 봤다.

신의주에서 그는 불 켜진 창을 아홉 개 세고 그만두었다. 여기서는 세지 않기로 했는데 눈이 저절로 셌다. 강 건너에서 본 것보다는 많았다. 많다고 해서 밝은 것은 아니었다. 창 하나에 불빛 하나씩이고, 그 사이가 전부 검었다.

건물은 컸다. 큰데 안이 비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것이 어두워서 그렇게 보이는 건지 정말 비어서 그런 건지 그는 알 수 없었다.


나흘째부터 왕레이는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쑨웨이 상위가 그를 불러서 이렇게 말했다. "너 글씨 쓴다며. 명부 말고 다른 걸 쓸 거다."

접수 목록이었다.

양식은 위에서 내려왔다. 칸이 여섯이었다. 번호, 품명, 수량, 소재지, 인계자, 비고.

명부와 칸 수가 같았다. 그것이 왕레이에게 먼저 걸렸다. 사람 한 명에 여섯 칸이었고 물건 하나에도 여섯 칸이었다.

첫날 그가 적은 것은 건물이었다. 창고 셋, 차고 하나,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두 층짜리 콘크리트 건물. 품명 칸에 뭐라고 써야 할지 몰라서 그는 상위에게 물었다.

"건물은 품명에 뭐라고 씁니까."

"본 대로 써."

그래서 그는 '두 층 건물, 창 열넷'이라고 썼다.

인계자 칸에는 조선 사람 이름이 들어갔다. 그쪽에서 나온 사람은 나이가 쉰쯤 되고 안경을 썼고 인민복 단추를 목까지 채우고 있었다. 그는 자기 이름을 직접 쓰겠다고 했다. 통역이 그 말을 옮겼고 왕레이는 붓펜을 넘겼다.

그 사람은 아주 천천히 썼다. 획을 하나씩 끊어서 썼다. 다 쓰고 나서 붓펜을 두 손으로 돌려주었다.

"동무, 이건 어디까지 갑니까." 그가 물었다.

통역이 옮겼다. 왕레이는 대답을 몰랐다. 그래서 아는 것만 말했다.

"사본이 셋입니다. 하나는 여기 남습니다."

그 사람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왜 끄덕였는지 왕레이는 알지 못했다.

여드레째부터 짐칸에 상자가 실리기 시작했다. 그 상자들은 다른 상자와 표시가 달랐다. 모서리에 노란 띠가 있었고 번호 앞에 글자가 하나 더 붙어 있었다. 왕레이는 비고 칸에 '표시 있음'이라고만 썼다. 그 이상은 그의 칸이 아니었다.

여드레째부터 짐칸에 상자가 실리기 시작했다. 그 상자들은 다른 상자와 표시가 달랐다. 모서리에 노란 띠가 있었고 번호 앞에 글자가 하나 더 붙어 있었다. 왕레…

남은 9화 · 약 31,267자 · 약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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