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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화제61장 돌아가는 배

· 44화 중 43화 · 3,403자 · 약 5분 · 무료

글자3 / 5

2012년 3월에 귀향이 허용되었다.

첫 배는 목요일 아침 여덟 시에 연안부두에서 떴다. 신청자는 백열 명이었고 실제로 탄 사람은 예순여덟이었다. 예순여덟 중에 예순 살 넘은 사람이 마흔이 넘었다.

확전 43화 제61장 돌아가는 배 — 헤더컷

최상근은 아버지 가방을 들고 부두까지 왔다.

"아버지."

"놔둬."

"집이 없다니까요. 지붕이 내려앉았대요."

"고치면 되지."

"거기 병원 없어요. 보건지소 하나 있는데 의사 일주일에 두 번 온답니다."

"안 아프면 된다."

아들은 가방을 내려놓지 않았다. 아버지가 손을 내밀 때까지 들고 있다가, 손이 나오니까 그때 건넸다.

"산이 다 탔대요."

"봤어."

"뭘 봐요."

"작년에 텔레비전에 나왔다."

배가 뜨는 시각이 다 됐다. 승선구 앞에서 직원이 명단을 확인하고 있었다. 노인들이 한 명씩 이름을 댔다.

최상근이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그가 하려던 말은 그거였다. 혼자 계시다가 잘못되면 우리는 그걸 며칠 뒤에 압니다. 어머니 때도 나흘이 걸렸습니다. 나는 그때 전화를 받고 나서 두 시간 동안 아무 일도 못 했습니다.

그 말을 안 했다.

"구명조끼 입으세요." 그가 말했다.

"입는다."

"진짜 입으세요."

"입는다니까."


배에서 노인들은 앉아 있지 않았다.

거의 다 갑판으로 나와서 난간을 잡고 앞을 봤다. 삼월 바람이 셌고 물이 튀었는데도 안 들어갔다. 한 시간 반쯤 지나서 섬이 보였다.

산이 이상했다.

산이 이상하다는 말을 아무도 안 했다. 다들 봤고 다들 안 했다. 능선의 모양은 그대론데 색이 달랐다. 검은 것은 이미 빠져 있었다. 밑동이 남고 그 사이로 마른 풀이 덮여서, 멀리서 보면 짐승 등에 털이 듬성듬성 난 것 같았다.

부두에 사람이 나와 있었다. 먼저 들어와 있던 사람들이었다. 배가 붙자 그중 하나가 손을 들었고, 갑판에서 누가 이름을 불렀다. 그러고 나서야 사람들이 말을 하기 시작했다.

최영도는 마지막에 내렸다.


집은 벽이 두 면 남아 있었다.

그는 그 앞에 십 분쯤 서 있다가 마당으로 들어갔다. 수돗가의 콘크리트 대는 멀쩡했다. 손잡이를 돌렸더니 아무것도 안 나왔다. 몇 번 더 돌리자 쇳소리가 나고 붉은 물이 나왔다. 한참 흘려보내니까 맑아졌다.

그는 손을 씻었다.

그러고 나서 갯벌 쪽으로 걸어 내려갔다.

굴밭은 마을 서쪽 갯벌이다. 돌을 깔아 놓고 거기 붙게 하는 자리가 있고, 그 아래로 수하식 줄을 매는 자리가 있다. 걸어 내려가면서 그는 말뚝을 셌다. 스물넷이었다. 원래 서른둘이었다.

물이 절반쯤 나가 있었다. 돌 위에 붙어 있던 것은 대부분 죽어서 껍데기만 남았다. 발로 하나를 뒤집으니 안쪽이 하얗고 말라 있었다. 삼 년 동안 아무도 손을 안 댄 자리다.

그는 쪼그려 앉아서 돌 하나를 들어 봤다.

돌 밑에 게가 한 마리 있었다. 게가 옆으로 도망갔다. 그는 돌을 원래 자리에 놓았다.

그해 십일월에 넣으려던 종패는 배에 반쯤 실려 있었다. 오후에 마저 싣고 물때 맞춰 나갈 참이었다. 그는 그 얘기를 인천에서 아무한테도 한 적이 없다. 굴 얘기를 꺼내면 사람들이 다른 얘기로 받았다.

위쪽에서 누가 불렀다. 같은 배로 들어온 사람이었다.

"영도 형님, 여기서 뭐 해."

"보고 있어."

"뭐 있어?"

"없어."

그 사람이 잠깐 서 있다가 갔다. 그 사람도 자기 갯벌 자리로 내려갔다.


여름 내내 그는 지붕을 얹고 벽을 세웠다.

시청에서 나온 사람들이 자재를 실어다 줬고, 배는 일주일에 두 번 들어왔다. 팔월에 전기가 들어왔다. 구월에 냉장고가 왔다.

시월 어느 날 오후, 그는 다시 갯벌에 내려갔다.

이번에는 손에 나무 말뚝을 여덟 개 들고 있었다. 없어진 만큼이다. 그는 그것을 옛 자리에 박았다. 박는 데 두 시간이 걸렸다. 중간에 두 번 앉아서 쉬었다.

다 박고 나서 그는 허리를 폈다.

물이 들어오고 있었다. 갯벌 가장자리에서 물머리가 조금씩 앞으로 밀려왔다. 그는 손목시계를 봤다.

세 시 사십 분이었다.

내일은 네 시 반쯤일 것이다. 그다음 날은 다섯 시 이십 분. 그 뒤로 열이틀이면 사리가 온다. 그는 그것을 종이 없이 계산했다.

말뚝 여덟 개가 물 앞에 서 있었다. 그는 그것을 한 번 더 보고, 장화에 묻은 뻘을 돌에 두 번 문질러 털고, 부두 쪽으로 올라갔다. 배를 물 밖으로 더 끌어다 놔야 했다.


2013년 2월 9일 ~ 2월 10일 · 전남 목포

쌀 씻는 소리는 세 번 난다.

처음에는 마른 쌀에 물이 닿는 소리. 그다음이 손바닥으로 미는 소리. 마지막이 물을 버리는 소리다. 어머니는 그 세 번을 세 번씩 했다. 부엌 문턱에 서서 그걸 듣고 있으니까 어머니가 뒤도 안 돌아보고 말했다.

"들어가 있어라."

"예."

"거기 서 있으면 춥다."

물이 개수대로 쏟아졌다. 뿌연 물이었다. 어머니는 그걸 다 안 버리고 반은 대야에 받았다.

"그거 뭐 하시게요."

"국 끓일 때 넣는다."

"그걸요?"

"이걸로 하면 국물이 뽀얗다."

옛날부터 그랬는데 나는 오늘 처음 물어봤다. 스물다섯 살 먹도록 안 물어봤다.

어머니 손은 물에 오래 있어서 손가락 마디가 굵었다. 쌀을 밀 때 손목이 아니라 어깨가 같이 움직였다. 그게 힘이 있어서가 아니라 힘이 없어서 그런 거라는 걸 나는 알았다.

부엌 창에 김이 서렸다. 밖은 어두웠고 골목 가로등이 그 김 너머로 번져 있었다.

세 사람이 한 상에 앉는 건 삼 년 만이었다.


누나는 오후에 왔다.

기차가 두 시간 늦었다고 했다. 아직 어느 구간은 단선으로 다닌다. 누나는 그 얘기를 하면서 화를 내지 않았다. 화를 내는 사람이 아니다.

"살 빠졌네." 누나가 나를 보고 말했다.

확전 43화 제61장 돌아가는 배 — 전환컷

"누나가 더 빠졌는데."

"나는 원래 이랬어."

가방에서 뭘 꺼내서 어머니한테 줬다. 홍삼이었다. 어머니가 그걸 받아서 상자를 뒤집어 보고 옆에 놨다.

"이런 거 사 오지 마라."

"먹어요."

"돈 아깝다."

"먹으라고요."

어머니는 더 대꾸를 안 하고 부엌으로 갔다.


밥상에는 반찬이 여덟 가지 올라왔다.

병어조림하고 갓김치하고 콩나물하고 김하고 나머지는 이름을 모르겠다. 목포 반찬이다. 서울에서는 못 본 것들이 있다.

셋이 앉으니까 상이 커 보였다.

"많이 묵어라."

"예."

한동안 젓가락 소리만 났다. 텔레비전은 켜져 있었고 소리는 줄여 놨다. 화면에서 사람들이 웃고 있었다. 명절 프로그램이다.

"회사는 어떠냐." 어머니가 물었다.

"괜찮습니다."

"뭐 실어 나른다고 했지."

"시멘트하고 철근이요. 섬에 갖다 줍니다."

"위험한 건 아니고."

"안 위험합니다."

누나가 병어 한 점을 젓가락으로 집어서 내 밥 위에 놨다. 아무 말도 안 하고 놨다. 나는 그걸 먹었다.

"회사에 사람은 좋냐."

"좋습니다."

나는 조금 있다가 덧붙였다.

"북에서 온 애가 하나 있습니다."

어머니가 젓가락을 멈췄다.

"몇 살이냐."

"스물둘입니다."

"밥은 잘 묵냐."

"잘 묵습니다."

"그라면 됐다."

어머니는 그러고 다시 먹었다. 더 안 물었다. 나는 그게 고마웠다.

누나는 그 얘기를 들으면서 나를 한 번 봤다. 뭘 아는 눈이 아니라 그냥 보는 눈이었다.


"너는 아직도 그 일 하냐." 어머니가 누나한테 물었다.

"해요."

"뭐 하는 건데."

"신청서 받아요. 사람들이 서류 갖고 오면 확인하고 접수하고."

"몇 명이나 오냐."

"하루에 사백 명쯤."

어머니가 숟가락을 놓았다.

"사백 명이 매일 오냐."

"매일 와요."

"언제까지 오냐."

누나가 대답을 안 했다. 어머니도 더 안 물었다.

텔레비전에서 노래가 나왔다. 나이 든 가수가 나와서 옛날 노래를 불렀다. 어머니가 그쪽을 잠깐 봤다.

"느그 아부지 그 노래 좋아했다."

누나가 김치를 집다 말았다.

"오징어배 타면서 이거 틀어 놓고 갔다더라. 같이 탄 사람이 그러더라고."

나는 아무 말도 안 했다.

"이천오년 십일월에." 어머니가 말했다. "그때는 나흘 걸렸다. 나흘 만에 왔어."

"…예."

"바다가 그때 잔잔했다는데 왜 그랬는지 모른다."

어머니는 그 얘기를 할 때 목소리가 변하지 않는다. 옛날부터 그랬다. 날짜를 말하고, 며칠 걸렸는지 말하고, 그다음에 다른 얘기로 넘어간다. 팔 년 동안 같은 문장이었다. 나는 그 문장이 이제 문장이 아니라 그냥 어머니가 갖고 다니는 물건 같다고 생각했다.

누나가 젓가락을 상 위에 가지런히 놓았다.

나는 누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누나 창구에는 이 년이 걸린 사람들이 온다. 아직 안 온 사람도 있다. 나흘이면 빠른 거다. 그 말을 누나가 안 했다.


밤에 누나하고 골목에 나갔다.

누나는 담배를 안 피우는데 내가 피우는 동안 옆에 서 있었다. 목포 밤은 인천보다 덜 추웠다. 바람에 젓갈 냄새가 섞여 있었다.

"동네가 좀 변했네." 누나가 말했다.

"그래?"

"저 아래 집들. 저기 원래 빈집이었잖아."

불이 켜진 창이 여러 개였다. 어머니가 그러는데 재작년 겨울에 위에서 사람들이 많이 내려왔다고 했다. 학교에 반이 두 개 늘었다가 작년에 하나가 다시 없어졌다고 했다. 그때는 쌀도 기름도 배급표를 받아서 샀다고 했다. 어머니는 그 얘기를 전화로 한 번도 안 했었다.

"엄마 혼자 있는 거 어떡하냐." 누나가 말했다.

"내려오라 그럴까."

"안 내려와."

"그럼 어떡해."

"그러니까."

우리는 그러고 한참 서 있었다. 누나가 팔짱을 끼고 발끝으로 바닥을 찼다.

"태석아."

"어."

"너 요새 잠은 자?"

"잔다."

누나는 그 말을 믿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믿었는지는 모르겠다.

누나는 그 말을 믿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믿었는지는 모르겠다.

남은 1화 · 약 3,284자 · 약 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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