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전 제1부 11월 23일
1화제1장 서남방
2010년 11월 23일 08시 20분 · 연평도 해병대 연평부대 포7중대 진지
배식구에서 국자가 바닥을 두 번 긁었다.

미역국이 다 됐다는 소리다. 나는 식판을 옆구리에 끼고 줄 끝에 섰다. 취사장 문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소금기가 섞여 있었다. 이 섬은 어디에 서 있어도 바람이 바다에서 왔다.
앞에 선 정한길이 고개를 돌렸다.
"태석이 형, 새벽에 북에서 뭐 왔다 카던데예."
"뭐가."
"통신실 애가 그라던데. 종이 한 장 왔다고."
배승기가 국그릇을 받아 들고 끼어들었다. "쏘겠다고 했답니다. 저 아까 들었습니다."
"쏘긴 뭘 쏴." 하동찬이 젓가락으로 배승기 팔을 툭 쳤다. "그거 물어보는 거여. 훈련 왜 하냐고. 그거 매달 오는 거랑께."
윤지호가 국물을 뜨다 말고 나를 봤다. 자대 온 지 사십 일 된 얼굴이었다. 뭘 물어도 되는지 아직 몰라서 눈으로 먼저 묻는다.
"진짜 쏩니까."
내가 대답하기 전에 뒤에서 김선우 중사가 지나가며 내 뒤통수를 손등으로 밀었다.
"밥 식는다."
중사는 자기 식판을 들고 우리 옆 자리에 앉았다. 밥을 두 숟갈 먹고 나서야 말했다.
"물어본 거야. 훈련하는 게 우리 쪽을 겨냥한 거냐. 그거 일 년에 열댓 번 온다. 작년에도 왔고 그저께도 비슷한 거 왔어."
"그럼 아무것도 아닌 겁니까." 윤지호였다.
"아무것도 아닌 건 없지." 중사가 김치를 씹었다. "그냥 매번 있는 거야."
말이 사병 줄을 타고 내려오면서 종이 한 장은 경고가 됐고 경고는 협박이 됐다. 오전 아홉시가 되기 전에 나는 같은 얘기를 세 번 다르게 들었다. 마지막 판본에서는 북에서 오늘 몇 시에 쏘겠다고 시각까지 못박았다고 했다. 그 말을 옮긴 이병은 시각을 말하지 못했다.
열시 정각에 첫 발이 나갔다.
정례 해상사격훈련이다. 한 달에 한 번꼴로 하는 것이고, 지난달에도 했고, 다음 달에도 할 예정이었다. 다른 게 있다면 이번 주가 호국훈련 기간이라는 것뿐이었다.
포상 안은 좁다. 사람 넷이 들어가면 서로 어깨가 닿는다. 유압유 냄새와 식은 디젤 냄새가 바닥에 깔려 있고, 그 위에 사람 냄새가 얹힌다. 사격지휘반에서 제원이 내려왔다. 이준하 소위의 목소리였다.
"포7중대, 사격제원 하달. 방위각 이일칠공. 사각 삼사공. 장약 사호. 신관 착발."
방위각 이일칠공. 서남쪽이다. 등 뒤가 북쪽이고 포구가 바다 쪽, 그것도 북한과 정반대 방향을 본다. 우리는 늘 그쪽으로 쏜다. 훈련 때는 사람이 없는 물에 쏜다. 그게 규정이다.
"3번포, 제원 확인." 내가 복창했다.
하동찬이 사격통제장치에 숫자를 넣었다. 포탑이 돌아가는 동안 발밑이 미세하게 떨렸다. 배승기가 탄약대에서 고폭탄 하나를 꺼내 이송대에 올렸다. 155밀리 한 발이 사람 하나 무게다. 배승기는 정선에서 왔고 팔뚝이 굵어서 이걸 혼자 다뤘다.
장전기가 탄을 약실로 밀어 넣었다. 쇠가 쇠를 미는 소리. 그 다음이 장약이다. 윤지호가 봉지를 들고 왔고 나는 그 애 손에서 그걸 받았다. 그 애는 아직 손이 느리다. 폐쇄기를 닫으면 손잡이가 묵직하게 넘어가면서 딸깍, 하고 마지막에 짧게 걸린다. 나는 그 소리를 듣기 전에 손으로 먼저 안다.
"장전 끝."
김선우 중사가 포상 입구에 서 있다가 내 뒤통수를 또 쳤다.
"야, 귀마개."
나는 주머니에서 귀마개를 꺼내 끼웠다. 중사는 사람을 이름으로 안 부른다. 버릇으로 기억한다. 나는 귀마개를 자꾸 잊는 놈이다.
"쏴."
포신이 뒤로 물러났다가 제자리로 돌아온다. 귀마개를 껴도 소리는 몸으로 들어온다. 갈비뼈 안쪽에서 한 번 울리고 나간다. 폐쇄기가 열리면 매운 연기가 새어 나오는데, 시큼하면서 탄 설탕 냄새 비슷한 것이 목구멍 뒤에 붙는다. 그게 화약 냄새다. 익숙해지지 않는다. 익숙해진 척하는 것에만 익숙해진다.
세 발째부터는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다. 말해도 안 들리기 때문이다. 배승기가 다음 탄을 올리고, 내가 장약을 받고, 하동찬이 손가락 두 개를 들어 보이면 그게 사각을 다시 맞췄다는 뜻이다. 손이 절차를 외우고 있으면 머리는 쉬어도 된다. 그게 이 일의 좋은 점이다.
우리는 오전 내내 서남쪽으로 쐈다.
열한시 사십 분쯤 4번포에서 소리가 안 났다.
"불발." 무전에서 그렇게 나왔다.
격발했는데 나가지 않았다. 이럴 때는 손대지 않고 기다린다. 규정 시간이 지날 때까지 아무도 폐쇄기 근처에 가지 않는다. 4번포 반장이 포상 밖으로 나와 담배를 물었다가 중대장이 보고 있어서 도로 집어넣었다.
정비병 둘이 붙었다. 시간이 지나고 폐쇄기를 열었는데 탄이 안 빠졌다. 약실에 물린 것이다. 안에서 뭐라고 욕하는 소리가 들렸다.
"오늘 안에 되겄냐." 하동찬이 물었다.
"오늘 안에 안 되면 내일 하는 거지." 내가 말했다.
포 한 문이 못 쏘는 건 큰일이 아니다. 훈련은 다섯 문으로 하면 된다.
강민수 대위가 4번포 앞에 한참 서 있다가 수첩에 뭘 적었다. 중대장은 뭐가 잘못되면 화를 내는 사람이 아니라 적는 사람이다. 적고 나서 물었다. "인천에 연락은 했나." 정비관이 뭐라고 대답했고 대위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를 떴다.
그때 표준호 상사가 진지 앞길을 지나갔다. 손에 공구가방을 들고 있었고 작업복 무릎이 젖어 있었다. 레이더 정비관이다. 저 사람은 늘 그 큰 차 옆에 붙어 있다. 어제도 밤 열한시까지 불이 켜져 있었다고 했다.
우리 쪽을 보고 상사가 손을 들었다. 그러고는 지나가면서 함체 옆구리를 손바닥으로 두 번 두드렸다. 말에 붙는 손처럼.
"이번엔 됩니다."
누구한테 하는 말인지 모르겠어서 나는 그냥 목례를 했다. 상사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갔다.

점심은 돼지고기볶음이었다. 다 먹고 나서 나는 포상 뒤편으로 갔다. 콘크리트 벽이 바람을 막아 주는 자리가 있다. 정한길이 따라와서 라이터를 빌려 갔다.
"형은 나가면 뭐 할 낍니까."
"배 탈까 하고."
"배예? 무슨 배."
"인천에서 뜨는 거. 아무거나."
정한길이 웃었다. "군대서 바다 실컷 봤는데예."
"본 거랑 타는 건 다르지."
우리 아버지는 배를 탔다. 목포에서 탔고, 2005년 십일월에 바다에서 죽었다. 시신은 나흘 만에 왔다. 어머니는 그 뒤로 십일월만 되면 밥을 두 그릇 안친다.
나는 그 얘기까지는 하지 않고 이렇게만 말했다.
"기일이 다음 주야."
"아, 예." 정한길이 담배를 한 모금 빨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새끼는 평소에 삼 초를 못 참는 놈인데 그때는 참았다.
두시 반쯤, 북쪽에서 소리가 났다. 둔한 것이 몇 번. 물 위로 멀리 오는 소리는 가장자리가 뭉개져서 온다.
정한길이 고개를 그쪽으로 조금 돌렸다가 도로 돌렸다.
"저짝도 훈련하네예."
"하겠지."
저쪽도 사격훈련을 한다. 우리가 하면 저쪽도 한다. 그런 날이다. 나는 담배를 벽에 대고 비벼 껐다. 손끝에 재의 미지근한 것이 묻었다.
그 손이 아직 벽에 닿아 있는데, 발바닥 밑에서 뭔가가 왔다.
소리는 아직 없었다.
2010년 11월 23일 14시 34분 · 연평도 포7중대 진지
발바닥으로 온 것이 무릎까지 올라오는 데 반 박자가 걸렸다.
그다음에 흙이 왔다. 포상 지붕 위로 자갈 같은 것이 후두둑 쏟아지고, 벽에 세워 둔 빈 탄통이 저 혼자 넘어졌다. 내 손은 아직 벽에 붙어 있었다.
소리는 그다음이었다.
한 번이 아니라 여러 개가 겹쳐서 왔다. 아까 저쪽 훈련 소리는 물 위를 건너오느라 가장자리가 뭉개져 있었는데, 이건 가장자리가 없었다. 통째로 왔다.
정한길이 담배를 문 채로 나를 봤다. 입만 벌어지고 아무 말도 안 나왔다.
"엎드려."
내가 한 말인지 다른 사람이 한 말인지 모르겠다. 우리는 벽 밑으로 붙었다. 두 번째가 왔을 때 콘크리트가 등에서 한 번 울렸다. 손바닥 밑의 땅이 살아 있는 것처럼 굴었다.
방송이 나왔다. 절반은 안 들렸고 나머지 절반은 알아들을 필요가 없었다.
나는 뛰면서 정한길 뒷덜미를 잡고 같이 뛰었다. 대피호 입구에서 누가 내 어깨를 밀어 넣었다. 안에 스무 명쯤 있었다. 아무도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 그게 이상했다. 텔레비전에서는 이럴 때 다들 뭐라고 하는데, 여기서는 다들 숨만 쉬었다.
배승기가 내 옆에 있었다. 무릎을 세우고 앉아서 손으로 목 뒤를 감싸고 있었는데, 손가락이 하얬다.
"승기야."
"예."
"손 내려. 그거 소용없어."
그 애는 손을 내렸다가 다시 올렸다.
윤지호는 입구 쪽에 붙어 앉아 있었다. 무릎에 얼굴을 대고 있다가 고개를 들었다.
"병장님. 이거 훈련 아니지 말입니다."
"어."
"저희 쪽으로 쏘는 거 맞습니까."
"묻지 마."
하동찬이 대신 대답했다. "묻지 말고 숨이나 쉬어라. 숨 참으면 나중에 힘 못 쓴다."
부천 애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너무 크게 내쉬어서 딸꾹질을 했다.
여덟 번쯤 세고 나서 나는 세는 걸 그만뒀다.
밖에서 뭔가 터질 때마다 대피호 천장에서 먼지가 한 겹씩 떨어졌다. 흙 냄새하고 다른 냄새가 섞여 들어왔다. 뭔가 타는 냄새인데 나무 타는 냄새는 아니었다.
이준하 소위 목소리가 무전에서 나왔다. 밖에서 나는 소리 때문에 토막토막 끊겼다.
"포반장들 포상 복귀. 반복한다, 포반장들 포상 복귀."
나는 일어섰다. 일어서면서 내 손이 이미 헬멧 턱끈을 조이고 있는 걸 알았다. 언제 잡았는지 모르겠다. 머리가 시킨 게 아니었다.
"3번포 따라와."
"형님." 정한길이었다. "지금예?"
"지금."
하동찬은 벌써 나가고 있었다. 익산 놈은 겁이 없어서가 아니라 생각을 안 해서 빠르다. 나는 그날 그게 고마웠다.
하동찬은 벌써 나가고 있었다. 익산 놈은 겁이 없어서가 아니라 생각을 안 해서 빠르다. 나는 그날 그게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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