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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제17장 캐비닛룸

· 43화 중 12화 · 3,356자 · 약 5분 ·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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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는 두꺼운 쪽 서류철을 열었다. 이쪽은 폭격이 아니라 사람 수였다.

"증원도 세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그가 말했다. "일안, 비전투병력 이천 명. 상황 평가와 시설 점검용입니다. 이안, 항모 한 척에 지상군 일만, 항공기 증파. 삼안은 지상군 오만에 항공기 사백 대, 미사일 체계, 그리고 예비군 소집입니다."

영변 12화 제17장 캐비닛룸 — 헤더컷

"예비군." 클린턴이 그 단어에서 멈췄다.

"소집 가능성이 높습니다." 샬리카슈빌리가 받았다. "각하, 장관과 저는 삼안을 권고합니다."

"삼안을 하면 평양이 그것을 뭐라고 읽겠습니까."

"준비로 읽을 겁니다." 페리가 말했다. "그리고 우리가 이안을 하면, 저쪽은 그것도 준비로 읽습니다. 다만 우리가 준비가 덜 된 준비를 하는 셈이 됩니다."

한 참모가 전문 한 장을 들고 서 있었다. 럭 사령관이 보내온 추정치였다. 페리가 고갯짓으로 읽으라고 했다.

"개전 후 구십 일. 미군 사상자 오만 이천 명. 한국군 사상자 사십구만 명." 참모는 한 번 숨을 쉬고 이어 읽었다. "전쟁 전체로는 사망자 백만 명, 비용 일조 달러. 압록강까지 육 개월."

숫자가 세 번 읽히는 동안 클린턴은 지도를 보고 있었다. 서울과 군사분계선 사이의 거리는 손가락 두 마디였다.

"아무도 나에게 그 말을 해 준 적이 없다." 대통령이 말했다.

그것은 질문이 아니었으므로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페리는 자기 서류철 위에 얹어 둔 손을 내려다보았다.

"각하." 그가 말했다. "터크먼의 『8월의 포성』을 읽어 보셨을 겁니다. 1914년에 아무도 그 전쟁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동원령이 시간표대로 굴러갔을 뿐입니다. 저는 우리가 지금 시간표를 하나 만들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페리." 클린턴이 그를 보았다. "그럼 자네는 왜 삼안을 권고하나."

"삼안이 전쟁을 막을 확률이 가장 높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페리가 말했다. "그리고 만약 막지 못한다면, 그때 우리 병력이 살아남을 확률도 가장 높습니다. 두 가지가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 경우는 드뭅니다. 이번에는 같은 방향입니다."

샬리카슈빌리가 덧붙였다. "다만 각하, 저 삼안은 되돌릴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예비군 소집 통지가 각 가정의 우편함에 들어가는 순간, 그때부터는 이 방이 결정을 하는 게 아닙니다."


애슈턴 카터는 자기가 설계한 문서가 어떤 방식으로 오해받는지 알고 있었다. 그는 그 타격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말했을 뿐인데, 이 방에서는 가능하다는 말이 곧 해야 한다는 말처럼 들렸다.

가능한 것은 사실이었다. 표적은 고정되어 있고, 좌표는 명확하고, 건물은 콘크리트다. 문제는 그다음에 시작되는 다른 계산이었다. 그 계산에서 나온 숫자를 그는 자기 손으로 적어 본 적이 있다. 수만. 그리고 수만이 위쪽으로 열려 있는 수라는 것도.

미국인, 한국인, 북한인. 전투원과 비전투원. 그는 그 네 갈래를 나누어 세어 보았고, 어느 갈래도 작아지지 않았다.

이상한 것은 이 두 계산이 서로 아무 관계가 없다는 점이었다. 건물 하나를 정확히 부수는 계산은 깨끗하게 닫힌다. 표적, 무장, 진입 방위, 잔해의 분포. 그러나 그 계산이 끝나는 자리에서 다른 계산이 시작되고, 그쪽에는 닫히는 자리가 없다. 서울 북방에 배치된 야포와 방사포의 수, 그것들이 첫 삼십 분에 쏟아 낼 수 있는 발수, 그 발수를 사람으로 환산하는 계수. 계수는 여러 개고, 어느 것을 고르느냐에 따라 답이 열 배씩 달라진다.

그는 자기가 만든 문서의 첫 장에 그 점을 적어 두었다. 아무도 첫 장을 읽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문이 열렸다.

집사가 소리 없이 들어와 탁자 옆을 따라 걸었다. 그런 시간에 그런 걸음으로 들어오는 사람은 커피를 나르지 않는다. 회의가 저절로 멎었다. 집사는 갈루치 뒤에 서서 몸을 굽히고 짧게 말했다.

"카터 대통령께서 평양에서 전화를 걸어오셨습니다."

한 사람이 반사적으로 애슈턴 카터를 보았다가 시선을 거두었다. 갈루치가 의자를 뒤로 밀었다. 다리가 카펫에 끌리며 낮게 긁혔고, 그 소리가 방 안에서 몇 초 동안 유일한 소리였다.

크리스토퍼가 손목시계를 보았다. 저쪽에서는 이미 오늘 하루가 다 지나간 뒤였다. 어제 저녁부터 지금까지 이 방이 검토한 것들을, 평양은 벌써 하루 먼저 살고 있었다.

갈루치는 문을 향해 걸으면서 아무에게도 양해를 구하지 않았다. 아무도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서류철은 탁자 위에 그대로 펼쳐져 있었다. 얇은 쪽과 두꺼운 쪽 모두, 조금 전까지 이 방에서 가장 무거운 물건이었다.


1994년 6월 16일~17일 · 서울 청와대 관저 / 정동 미국대사관 / 용산 연합사

전화가 온 것은 새벽이었다. 워싱턴은 아직 전날 오후였다.

김영삼은 잠옷 위에 카디건만 걸치고 나왔다. 관저 응접실에는 정종욱이 먼저 와서 수화기 옆에 메모지를 놓고 있었다. 통역이 옆자리에 앉았다. 한승주 장관과 이병태 장관은 십오 분 뒤에 도착했고, 도착했을 때 통화는 이미 시작돼 있었다.

"영변을 친다는 말입니까." 대통령이 물었다.

영변 12화 제17장 캐비닛룸 — 전환컷

통역이 옮기는 동안 그는 수화기를 어깨와 귀 사이에 끼우고 손으로 무릎을 두드렸다. 저쪽 목소리가 길게 이어졌다. 통역이 받아 적었다. 정밀타격, 제한적, 시설에 국한, 그리고 결의라는 단어.

"아니, 그게 아이고." 대통령이 통역의 말을 중간에서 잘랐다. "미국이 북한을 공격한다면, 나는 한국군 육십오만 명 중에 단 한 명도 전투에 보낼 수 없습니다. 단 한 명도."

통역이 잠깐 멈췄다. 그 문장은 옮기기 어려운 문장이 아니었다. 어려운 것은 그것을 옮긴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지느냐였다.

"그대로 하십시오." 정종욱이 낮게 말했다.

통역이 옮겼다. 저쪽에서 한동안 소리가 없었다.

그 뒤로도 통화는 계속됐다. 대통령은 두 번 자리에서 일어섰고 두 번 다시 앉았다. 한 대목에서 그는 통역이 문장을 완성하기 전에 수화기에 대고 직접 뭐라고 말했고, 그 말의 앞부분을 응접실의 누구도 듣지 못했다. 통역은 뒤늦게 그 문장을 이어 붙였다.

수화기를 내려놓았을 때 창밖이 희끄무레했다. 정종욱이 시계를 보았다. 사십 분이 넘어 있었다.

"각하." 한승주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쪽 기록에 뭐라고 남을지는 저희가 정할 수 없습니다."

"내가 뭐라고 했는지는 내가 압니다." 대통령이 말했다.

이병태가 헛기침을 했다. "각하, 만약 저쪽이 단독으로 시행할 경우에 대비한 준비는 별도로 해 두어야 합니다. 우리가 동의하지 않아도 첫날은 옵니다."

"장관." 대통령이 그를 보았다. "그 첫날을 오지 않게 하는 게 내 일입니다."

한승주가 메모지를 당겨 무언가를 적었다. 그는 오후에 제네바 쪽 라인으로 보낼 문장을 고르고 있었다. 협상이 아직 살아 있다는 뜻의 문장이어야 했고, 동시에 서울이 무엇에도 동의하지 않았다는 뜻이어야 했다. 두 가지를 한 문장에 담는 일은 그의 직업이었다.

"통역." 대통령이 불렀다. "자네가 옮긴 거, 그대로 적어서 올려놓으소."

통역은 자기 앞의 종이를 내려다보았다. 거기에는 그가 옮긴 문장들이 있었고, 옮기지 못한 대목에는 짧은 빈칸이 있었다. 그는 빈칸을 채우지 않았다.


정동의 대사관저 정원에는 밤새 내린 비가 갠 자리가 남아 있었다. 제임스 레이니는 창가에 서서 잔디의 젖은 부분과 마른 부분의 경계를 보고 있었다.

책상 위에 두 장의 종이가 있었다. 하나는 그가 어제 워싱턴으로 보낸 전문의 사본이었다. 미국 민간인의 철수 의향을 표명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그는 썼다. 미국인 사회는 이미 자기들끼리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봄에, 학기가 끝나기 몇 주 전에,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먼저 비행기에 태워 보냈다. 서울외국인학교의 오월 교실은 절반이 비어 있었다.

다른 한 장은 상황실이 보내온 그날의 통화 요약이었다. 대통령이 건 전화가 세 건 기재돼 있었다. 서울은 없었다.

레이니는 그 종이를 두 번 읽었다.

"청와대 쪽 얘기는 다릅니다." 정무참사관이 말했다. "사십 분 넘게 통화했다고 합니다."

"그럼 사십 분 동안 두 사람이 뭘 한 겁니까."

참사관은 대답하지 않았다. 레이니도 더 묻지 않았다. 그는 그 종이를 서랍에 넣고 잠갔다. 어느 쪽이 맞는지를 알아내는 것은 오늘 그가 해야 할 일의 목록에 없었다.

대신 그는 럭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두 사람은 요즘 같은 걱정을 하고 있었고, 같은 걱정을 하는 사람이 서로에게 하는 말은 짧았다.

"카터 대통령이 지금 평양에 있습니다." 레이니가 말했다.

"압니다." 럭이 말했다. "우리 쪽 채널로 온 건 아니고요."

"그쪽은요."

"CNN입니다." 럭이 대답했다. "장군이 방송을 보고 알아야 하는 상황이 좋은 상황은 아닙니다."

레이니는 수화기를 든 채로 정원을 다시 보았다. 그는 에모리대 총장이던 시절부터 그 노인을 알았고, 그가 무엇을 하려고 평양에 갔는지도 알았다. 국무부가 협상하지 말라고 못을 박아 두었다는 것 역시 알고 있었다. 그러나 못은 박아 둔 사람의 것이지 박힌 나무의 것이 아니다.

"철수 얘기는 언제 내보낼 겁니까." 럭이 물었다.

"오늘 중으로."

"그게 신호가 됩니다, 대사님. 저쪽에도, 이쪽에도."

"압니다." 레이니가 말했다. "그래서 오늘 내보내는 겁니다."

'압니다.' 레이니가 말했다. '그래서 오늘 내보내는 겁니다.'

남은 31화 · 약 111,775자 · 약 2시간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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