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유신 제1부 낙하(落下)
3화제2장 이양인(異樣人)
닷새째 되는 날, 신광우는 그자를 다시 불렀다.
"네 물건 중에 이것이 무엇이냐."

버니어캘리퍼스였다.
한주혁은 잠시 그것을 보았다. 그리고 대답했다.
"재는 것입니다."
"자는 저기 있지 않느냐."
"자로는 두께를 못 잽니다. 이것은 잽니다."
신광우는 붓을 놓았다.
"두께를 재서 무엇 하느냐."
한주혁은 그 질문을 오래 기억하게 된다. 그것은 이 나라 전체가 그에게 던진 질문이었고, 그가 사십 년 동안 답하려 한 질문이었다.
그는 대답했다.
"영감. 이 관아에 못이 몇 개나 쓰였습니까."
"내가 그것을 어찌 아느냐."
"모르시겠지요. 못마다 굵기가 다르니 세어도 소용이 없습니다. 못을 하나 잃으면 대장장이를 불러 새로 만들어야 하고, 새로 만든 것은 또 다릅니다. 만약 이 나라의 모든 못이 똑같다면, 못 하나를 잃었을 때 창고에서 꺼내 쓰면 됩니다."
"…그것이 그리 대단한 일이냐."
"대단한 일입니다."
한주혁은 묶인 손으로 상 위의 자를 가리켰다.
"똑같은 못을 만들려면 똑같이 재야 합니다. 똑같이 재려면 자가 똑같아야 합니다. 조선의 자는 똑같지 않습니다. 제가 이레 동안 이 관아에서 본 자만 세 가지였는데 셋이 다 달랐습니다. 포목전의 자와 관아의 자가 다르고, 목수의 자와 대장장이의 자가 다릅니다."
신광우는 대답하지 못했다.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부임하자마자 그 문제로 두 달을 씨름했다. 세곡을 받는 되와 내주는 되가 달라 아전들이 그 틈에서 해먹었다. 그것은 조선 팔도의 상식이었고 아무도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너는 그것을 고칠 수 있다는 말이냐."
"고칠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나를 만들어 궁에 두고, 그것과 같은 것을 팔도에 내려보내면 됩니다. 그리고 다른 자를 쓰는 자를 벌하면 됩니다."
"그것뿐이냐."
"그것뿐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나라를 바꿉니다."
신광우는 오래 그를 보았다.
그리고 붓을 들어, 계본에 한 줄을 더 적었다.
— 이 자의 말이 요망한 듯하나 이치에 닿는 데가 있사옵니다. 신의 좁은 소견으로는 헤아리기 어려워, 삼가 조정의 처분을 기다리옵나이다.
닷새 뒤, 한주혁은 함거에 실려 대관령을 넘었다.
가마도 말도 아니었다. 나무 우리였다. 소가 끌었다. 백복령을 넘는 데 이틀, 대관령을 넘는 데 다시 이틀이 걸렸고, 그는 그 나흘 동안 조선의 길이라는 것을 배웠다.
길이 없었다.
정확히는, 사람이 걸어 다져진 자국은 있었다. 그러나 수레가 다닐 수 있는 길은 없었다. 함거를 끄는 소는 열 걸음에 한 번씩 멈췄고, 경사가 급한 데서는 인부 여섯이 뒤에서 밀었다. 스무 명이 나흘을 매달려 사람 하나를 이백 리 옮겼다.
한주혁은 우리 안에서 그것을 계산했다.
이 나라에는 도로가 없다. 도로가 없으면 물자가 움직이지 않는다. 물자가 움직이지 않으면 시장이 자라지 않고, 시장이 자라지 않으면 자본이 쌓이지 않고, 자본이 쌓이지 않으면 공장이 서지 않는다.
삼척에 무엇이 묻혀 있든 — 그는 아직 몰랐지만, 아마 석탄과 석회석과 규석이 있을 것이다 — 그것을 한양으로 가져올 방법이 없다.
그는 우리 창살에 이마를 대고 대관령을 올려다보았다.
여기가 첫 번째 벽이구나.
그때 그는 삼십오 년 뒤 자기 손으로 이 고개에 굴을 뚫게 되리라는 것을 몰랐다. 그리고 그 굴을 뚫다가 사백열한 명이 죽는다는 것도 몰랐다.
『만물지서(萬物之序)』 서(序) 중에서
내가 이 글을 쓰는 것은 가르치기 위함이 아니다. 잊지 않기 위함이다. 나는 매일 조금씩 잊는다. 아침에 일어나 어제 알던 것을 헤아려보면 어제보다 적다. 나에게는 책이 없다. 나 자신이 책이며, 그 책은 낡아가고 있다. 그러므로 나는 서둘러 적는다. 정확하지 않은 것도 적는다. 정확하지 않다고 적어두고 적는다. 후세의 누가 이것을 고치기를 바란다.
의금부 국청은 어둡고 넓고 조용했다.
한주혁은 마당 한가운데 꿇려 앉았다. 육월 한양의 습기가 옷을 적셨고, 무릎 밑의 자갈이 살을 파고들었다.
앞에 앉은 것은 셋이었다. 가운데 판의금부사, 좌우에 문사낭청. 그리고 마루 끝, 발 뒤에 한 사람이 더 있었다.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한주혁이라 하옵니다."
"본관은."
"모르옵니다."
"거주는."
"모르옵니다."
"어느 나라 사람이냐."
한주혁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리고 대답했다.
"조선 사람이옵니다."
"조선 어디."
"…이 조선이 아니옵니다."
국청이 술렁였다.
판의금부사가 상을 쳤다.
"요망한 소리를 하는구나. 이 조선이 아니면 어느 조선이냐."
"뒤에 오는 조선이옵니다."
"뒤라니."
"지금으로부터 이백서른두 해 뒤이옵니다."
침묵이 내렸다.
그리고 웃음이 터졌다. 서기(書記)들이 먼저 웃었고 형리들이 따라 웃었다.
한주혁은 웃음이 잦아들기를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그는 자기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이 말은 그가 준비한 말이 아니었다. 그는 대관령을 넘는 나흘 동안 스무 가지 거짓말을 만들었다가 전부 버렸다. 표류한 청인이라고 할까. 유구 사람이라고 할까. 조선인의 자식으로 왜에서 자랐다고 할까.
전부 무너진다. 사흘만 캐물으면 무너진다. 그는 청어도 왜어도 못 했고 유구가 어디 붙었는지도 몰랐다.
거짓말로는 살아남을 수 없었다. 그가 가진 유일한 카드는, 아무도 반증할 수 없는 진실뿐이었다.
"매우 쳐라."
곤장이 시작되었다.

일곱 대에서 그는 소리를 질렀다. 열두 대에서 정신이 흐려졌다. 열다섯 대에서 물을 끼얹었다.
"다시 묻겠다. 어느 나라 사람이냐."
"…조선 사람이옵니다."
"어느 조선."
"뒤에 오는… 조선이옵니다."
"매우 쳐라."
스물세 대에서 멈췄다. 발 뒤에서 손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문사낭청이 몸을 굽혀 발 안쪽의 말을 들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다.
"물으라 하신다. 네가 뒤에서 왔다면, 뒤의 일을 아느냐."
한주혁은 자갈에 뺨을 댄 채로 숨을 골랐다.
"압니다."
"무엇을 아느냐."
"…무엇을 여쭙는지에 따라 다르옵니다. 소인이 아는 것은 크게 두 가지이옵니다. 하나는 일어날 일이고, 하나는 만드는 법이옵니다."
"일어날 일을 말하라."
"말하면 죽사옵니다."
"어찌하여."
"이 나라에서 앞일을 말하는 자를 무어라 부르는지 소인이 아옵니다. 요언혹중(妖言惑衆)이라 하옵니다. 소인이 앞일을 말하면 소인은 요망한 무리가 되옵고, 맞으면 더 위험하옵니다."
발 뒤에서 짧은 소리가 났다. 웃음 같기도 했다.
"그러면 만드는 법을 말하라."
한주혁은 고개를 들었다.
"무엇을 만들어드릴까요."
"네가 만들 수 있는 것을 말하라."
"소인이 만들 수 있는 것은 없사옵니다."
국청이 다시 술렁였다.
"없다니. 방금 만드는 법을 안다 하지 않았느냐."
"아는 것과 만드는 것은 다르옵니다."
한주혁은 자기 손을 들어 보였다. 묶인 손이었다.
"소인은 이 손으로 못 하나 만들지 못하옵니다. 소인이 아는 것은 만드는 법이 아니라 만드는 차례이옵니다. 무엇을 먼저 하고 무엇을 나중에 해야 하는지, 어느 길이 막힌 길인지를 아옵니다. 그것뿐이옵니다."
"그것이 무슨 소용이냐."
"막힌 길을 걷지 않는 것이 백 년을 아끼는 일이옵니다."
발 뒤에서 다시 손이 올라왔다. 이번에는 사람이 나왔다.
마흔대여섯쯤 된 사내였다. 얼굴이 검고 광대가 높았으며, 눈이 몹시 빨랐다. 관복이 아니라 도포 차림이었다. 그가 마루에서 내려와 마당에 섰다.
"내가 물어도 되겠소이까."
판의금부사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사내가 한주혁 앞에 쭈그려 앉았다. 그리고 대뜸 물었다.
"수레가 왜 조선에 다니지 못하오."
한주혁은 눈을 들었다.
그리고 그는 이 사람이 누구인지 알았다. 알 수밖에 없었다. 조선에서 그 질문을 이십 년 동안 해온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
"박제가 어른이십니까."
사내의 얼굴이 처음으로 굳었다.
"…나를 아시오."
"압니다."
"어찌 아시오."
"『북학의』를 읽었습니다."
"그 책은 아직 인쇄된 적이 없소."
"이백 년 뒤에는 인쇄됩니다."
박제가는 오래 그를 보았다.
그리고 다시 물었다.
"수레가 왜 다니지 못하오."
"길이 없어서입니다."
"그야 나도 아오. 길을 왜 못 내오."
"돈이 없어서입니다."
"돈이 왜 없소."
"길이 없어서입니다."
박제가의 입가가 아주 조금 움직였다.
"…그러면 어디서 끊소."
한주혁은 처음으로 웃었다. 웃으면 등이 찢어질 듯 아팠지만 웃었다.
"어른께서는 이십 년을 그 자리에서 헤매셨지요. 저는 그 매듭을 어디서 끊는지 압니다."
"어디요."
"소금과 쇠와 석탄이 한자리에 있는 데서 끊습니다. 길을 먼저 내는 게 아니라, 길이 없어도 되는 데서 시작합니다."
"그런 데가 어디 있소."
"삼척입니다."
박제가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일어섰다. 그리고 판의금부사를 향해 몸을 돌렸다.
"영감. 이 자를 죽이지 마시오."
"검서관, 이 자는—"
"죽이면 영감께서 후회하십니다."
박제가는 그렇게 말하고 국청을 나갔다.
그가 그날 밤 규장각으로 돌아가 쓴 짧은 글이 남아 있다. 스물세 자였다.
— 하늘이 조선에 사람을 보냈는데, 조선이 그를 때리고 있다.
그가 그날 밤 규장각으로 돌아가 쓴 짧은 글이 남아 있다. 스물세 자였다.